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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도입된 책무구조도가 금융투자·보험업계로 확대 적용된다. 최근 잦은 금융사고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금투·보험업계가 책무구조도 시행을 계기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 53곳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업무의 범위·내용 등을 명확하게 배분해놓은 문서로, 지난해 7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책무구도조 1단계 도입 대상인 은행 및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11~12월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시행 중이다.
책무구조도 2단계 도입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또는 운용재산 20조원 이상인 증권사·자산운용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보험사 등으로, 기준에 포함되는 회사는 오는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의 금투·보험업계 조기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11일까지 금투사 및 보험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 신청을 접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제출대상 67개사 중 ▲증권사 19개 ▲자산운용사 18개 ▲생보사 16개 ▲손보사 10개 등 총 53개사(79.1%)가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책무구조도가 은행·지주사를 넘어 증권·보험업계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그동안 빈번했던 금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증권·보험업계는 최근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미공개 정보를 악용한 사익 추구로 전현직 임직원이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메리츠증권에서는 임직원들이 사모 전환사채(CB) 투자자 주선 과정에서 얻게 된 직무정보를 활용해 본인·가족자금으로 해당 CB에 투자, 수십억원의 수익을 챙겼다가 금융감독원 검사에 적발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메리츠증권 IB사업 본부장이었던 A씨를 비롯해 팀장·팀원 6명, 다올투자증권사 소속 IB부서 직원 1명 등 총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LS증권에서도 임원이 내부정보를 악용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LS증권 전 임원 B씨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담당하며 알게 된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PF대출금 830억원을 유출하고 이 가운데 6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또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킨 뒤 이를 은폐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지난해 10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중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로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한 신한투자증권 임직원 2명은 손실이 나자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스와프 거래를 했다고 증권사 전산 시스템에 허위 등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이들을 사기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보험업계는 단기 성과 위주의 상품판매로 인한 과당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보험시장의 화두였던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사 간 경쟁이 지나치게 격화하면서 금융당국이 결국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과 달리 보험금 납입기간을 10년 미만으로 단축하고, 10년 후 확정이율을 적용한 환급금을 되돌려받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단기적으로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고, 경쟁이 과열되자 일부 보험사들이 130%가 넘는 환급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되자 결국 금융당국은 현장점검에 나서는 한편, 환급금 지급 시점의 해지율을 30% 이상으로 설정하라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이 같은 과당경쟁 또한 내부통제 부실의 부작용 중 하나다. 보험사 내부통제가 부실할 경우 보험상품 개발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전성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점유율 경쟁에만 열을 올리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
이 때문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최근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거나 보험설계사가 폰지사기에 연루되는 등 보험산업 전반에 ‘단기실적 만능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무리한 상품·영업 경쟁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거나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가용한 감독·검사 자원을 집중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7월 2일까지 실시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투·보험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의 이행이 미흡한 경우에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조기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가 적용될 예정이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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