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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사고 청정지역’ 하나은행 속인 대출사기 전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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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은행

[이코리아] 하나은행에서 3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융사고 청정지역’으로 꼽혔던 하나은행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하나은행은 14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인해 3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일은 지난해 4월 30일로, 하나은행은 최근 영업점으로부터 ‘주요사안보고’를 받고 해당 사고 사실을 파악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차주 회사는 부동산 구입을 위한 잔금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은행에 계약금과 중도금 이체 확인증을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기한의이익상실 조치와 함께 담보물 매각 등을 통해 사고금액의 99.5%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은행이 공시한 손실예상금액은 1억9538만원으로 전체 사고금액의 0.5% 수준이다.

대출금 대부분이 회수됐지만, 허위 서류를 통한 대출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은행권 대출 심사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부터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대부분 대출 관련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제출한 뒤 대출금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당장 지난달 신한은행에서는 한 직원이 고객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17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견된 바 있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주·은행 검사 결과에서도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에서 총 3875억원의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 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당대출 892억원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에서는 지점장・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가 금감원 검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최근 문제가 된 전세사기 또한 마찬가지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은행이 도용된 신분증 등을 활용한 사기범들의 대출 시도를 은행이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세종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의 경우, 피의자가 주변인의 신분증, 위임장 등을 도용해 은행에서 전세·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은행은 대출 연체 지급 명령을 받은 피해자들이 해당 사실을 은행 측에 알린 뒤에야 겨우 불법대출 사실을 파악했다.

부실한 대출 심사로 인한 금융사고는 특정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국민·농협은행이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르는 동안,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별다른 사고 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와 ‘금융사고 청정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연달아 금융사고 사실을 공시하면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뢰할 은행이 남아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은행권도 여신 심사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기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금융사고 사전 예방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의 경우 단기간 내 문제를 파악해 피해금액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면서도 “사기범들의 사기수법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어, 작정하고 불법대출을 시도하는 사기범들을 100% 걸러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신 심사 과정에서 불법대출을 적발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권과 논의를 통해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선 방안의 핵심은 은행의 여신 심사 과정에서 중요서류 진위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다는 점이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고객이 제출한 문서에 대해 발급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등 자체 검증 절차를 마련·이행해야 한다. 또한, 매매·분양·임대차계약서 등에 대해서도 중요사항의 일치 여부 및 필수사항의 누락·오기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대출 관련 서류의 중요도나 사후검증 필요성을 고려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보관·폐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여신 프로세스 준수 여부를 자점감사 항목에 반영하고, 여신사고 관련 내부통제 항목을 본부부서 및 영업점 KPI에 반영하도록 해 은행 임직원들의 자체적인 금융사고 예방 노력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자율규제 시행으로 건전한 여신 프로세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신 프로세스 개선방안 발표 이후에도 허위 서류를 통한 대출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자율규제를 통한 예방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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