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술 기업이 AI 분야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협력해 AI 구동을 위한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구축에 1,000억 달러(약 137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구글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AI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TED 콘퍼런스에서 스타게이트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며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타게이트에 대한 MS의 투자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이 MS를 포함한 경쟁사보다 월등한 컴퓨팅 성능을 지니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구글은 가장 많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이 딥마인드가 2014년부터 구글과 협력해 온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하사비스의 발언은 구글 역시 1,000억 달러 이상을 AI 분야에 지출할 것이라는 예고이며, 이는 실리콘 밸리를 사로잡은 투자 경쟁의 또 다른 신호탄이라고 짚었다.
MS와 구글 양사의 AI 경쟁이 격화되며 AI 반도체의 품귀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반도체 스타트업 '뉴리얼리티'(NeuReality)‘의 모셰 타나흐(Moshe Tanach) CEO는 핀테크 전문 매체 페이먼츠(PYMNTS)와의 인터뷰에서 양사의 1,0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는 AI 칩의 희소성을 높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AI 반도체에 대한 제한된 접근으로 인해 더 많은 기업과 정부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도 각종 기술기업이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하는 아마존 역시 최근 생성 AI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은 오픈 AI의 대표적인 경쟁사로 꼽히는 앤트로픽에 약 40억 달러를 투자해 경쟁기업과의 AI 경쟁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CNBC는 아마존의 이번 투자를 아마존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라고 평가했다.
또 아마존은 AI 전문가인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이사회에 영입하고 향후 15년간 데이터센터 건립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AI 분야에 전념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AWS가 2020년 이후 부동산 보유량이 2배 이상 증가했는데, 해당 부지에 대대적인 데이터센터 건립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최근 주주 연례 서한에서 “생성 AI는 인터넷 이후 가장 큰 기술 혁신이 될 것이다.”라며 아마존이 AI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시 CEO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AI의 상당 부분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인 AWS에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향후 수년간 AI가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기업보다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한 애플은 AI를 차기 먹거리로 낙점하고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분주하다. 애플은 지난 2월 2014년부터 10년간 막대한 재원을 들여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2,000명의 직원 중 상당수를 AI 부서로 재배치했으며, 팀 쿡 애플 CEO가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애플은 최근 가정에서 집안일을 할 수 있는 ‘개인 로봇’의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01'과 협력 중인 오픈AI처럼 애플 역시 궁극적으로는 AI와 로봇 두 분야를 결합해 AI를 탑재한 로봇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이 세운 AI 스타트업 ‘xAI’의 투자 유치에 열심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대 40억 달러(약 5조 5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메일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에게 투자 제안서를 보내고 있다. xAI는 현재 대규모 언어모델 ‘그록-1.5’의 다음 버전을 개발 중이며, 머스크는 그록의 다음 버전이 GPT-4보다 성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AI 반도체 역시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오픈 AI는 지난 2월 5조에서 7조 달러(약 9300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AI 반도체 공장을 설립해 자체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금액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대비 9~11배에 달하는 규모로 샘 올트먼 CEO는 이번 계획을 위해 미국, 중동, 아시아의 잠재적인 투자자와 파트너를 만났으며, 중동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 역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역시 자체적인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 (약 133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이자나기’ 프로젝트에 나선 상황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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