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320조원에 달하는 PF 정상화 방안 대책을 내놨다. 사업성 평가 기준을 세분화해서 PF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은행 등 금융사들이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한 자금을 대주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3일 ‘부동산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먼저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PF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관리 중인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대출 외에 위험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이나 채무보증 약정도 평가하기로 했다.
평가 등급은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브릿지론과 본PF를 나눠 평가하는 등, 사업장별로 PF 관련 위험요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최저등급인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진행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는 각 금융회사에서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성이 충분한 대다수 정상사업장에게는 금융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PF사업자 보증을 확대하고 정상사업장에 대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증액 공사비 등에 대해 추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반면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스스로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자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필요한 자금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5대 은행과 보험업권이 공동대출 이른바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경·공매를 진행하는 사업장에 대주기로 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과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생보사 2곳,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손보사 3곳을 포함한 은행, 보험업계 10곳 공동 출자로 재원을 조성하고,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매입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캠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한다.
일단 1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데, 필요시 최대 5조 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에 따라 사업장 등급 분류가 세분화됨에 따라 등급이 하향되는 사업장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3000억 원 늘었다.
이는 본 PF와 브릿지론만 포함한 금액으로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 새마을금고 대출분을 추가하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시장 규모는 약 230조 원으로 추산된다.
제2금융권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며 지난해 말 기준 금융업권 PF 대출 연체율은 2.70%로 2022년 말 1.19%에서 급등했다.
정부는 이번 기준 개선에 따라 정리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장 규모는 이미 연체 또는 경·공매가 진행 중인 부실 사업장이 주로 해당되고, 신규로 추가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경·공매가 필요한 '부실 우려' 사업장은 전체의 2~3% 정도이고, 3~7%는 재구조화나 자율 매각이 필요한 '유의'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약 230조 원임을 고려하면 경·공매로 나오는 물량은 약 7조 원이고 재구조화까지 포함한 구조조정 물량은 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개선되는 PF 사업성 평가 기준은 오는 6월부터 연체, 만기 연장이 많은 사업장 순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4차례 이상 PF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PF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데 따른 것이다.
고금리·고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성이 극히 낮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들은 상당 부분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장기적으론 부실자산과 재구조화가 필요한 사업장, 정상사업장이 각각 분리되며 정상사업장은 자금공급이 강화되고 공사착공으로 이어지며 부동산시장의 인허가, 착공 감소 우려를 줄일 것”이라면서 “향후 부동산 공급 시장 개선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건설, 금융사 등 각 사업주체 이해조정의 어려움이 큰 만큼 정부당국은 사업성 평가 진행의 투명성과 과정 및 결과를 잘 모니터링하고 부동산PF 시장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량 사업장을 뽑아낼 수 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지원을 집중하는 게 기본적인 내용”이라면서 “우량사업장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모럴헤저드 방지는 물론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비우량 사업장도 마냥 버리지 않고 재구조화를 통해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로 부동산PF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사안 자체가 돈이 걸린 사안이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지 경·공매 등의 정책도 파는 쪽과 매입하는 쪽의 의견이 나뉠 수밖에 없으며 단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는 본PF 공사가 중단되며 채무인수 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면서 “공사비 증액분 추가 보증 유도, 부실 사업장 정리에 따른 추가 자금 확보 등 사업 진행을 위한 유동성 공급안이 마련되는 만큼 금융/건설업 전반에 걸친 PF 불안감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4년 6월 시행 후 분기 단위로 사업성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정책 효과는 올해 8~9월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나온 정책에 한해서는 주요 금융사의 직접적인 자금 소요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 “PF 시장 전반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경우 나타날 부의 외부효과를 고려하면 PF 사업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지원정책은 금융사들의 리스크 축소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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