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언론은 대체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야당이 해당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언론 “尹, 국민과 싸우자는 것”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검색하자,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249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한 21일 744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쏟아졌으며, 이후 점차 기사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채상병 특검법’ 관련 보도에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거부권’이었으며, 그 뒤는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 등의 순이었다. 윤 대통령의 열 번째 거부권 행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기사량이 폭증한 것.
언론은 대체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향신문은 21일 사설에서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마치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비친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자신이 특검을 실질적으로 임명하지 못한다고 ‘삼권분립 훼손’을 주장하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신뢰를 잃어 특검으로 가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라고 반문하며 “헌법이 명시하는 대통령의 우선적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힘을 쏟았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또한 22일 사설에서 “4·10총선 참패 이후 민심에 부응하는 국정 운영을 다짐한 윤 대통령 처지에서 채 상병 사건 처리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는 국민을 설득하거나 야당과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여야 간 강경 대결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3분의 2가량이 특검 실시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특검 찬성론은 윤 대통령과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라며 “윤 대통령은 먼저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의구심을 풀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입을 꾹 다문 채 이해를 바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특검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수사가 우선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검증하는 기사도 보도됐다. JTBC는 21일 법무부가 채상병 특검법이 위헌적이라며 발표한 설명자료의 근거를 팩트체크했다. JTBC는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중에 특검을 한 전례가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에 대해 “국정농단이나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15번의 특검 중 10번이 수사 중일 때였다”라고 반박했다.
◇ “野, 특검 정치적 악용 말라” 언론, 공수처 수사 우선 주장
반면, 현재 진행 중인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며, 야당이 특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냐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22일 사설에서 “특별검사라는 제도는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는 비판을 받거나, 애초부터 수사의 독립·공정성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에 도입하는 게 원칙”이라며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지금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없으며,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야 할 이유도 없다”라며 “민주당이 자신들이 만든 공수처를 못 믿겠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야당이 직접 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을 고발해 수사하라고 해놓고 수사가 진행 중인데 또 특검을 하자는 것은 수사 자체엔 관심이 없고 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밖엔 안 보인다”라며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갖는다는 것은 공정 수사는 안중에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법리만 앞세워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라며 “독소 조항을 뺀 합리적 특검이라면 공수처와 경찰 수사 상황을 보며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전망에 언론 관심↑
한편, ‘재표결’, ‘이탈표’도 채상병 특검법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였다. 이는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 가능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국민의힘에서 17석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언론의 관심은 ‘이탈표’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22일 기사에서 “관건은 국민의힘 113명 중 17명의 반대표가 나올 것인가다”라며 김웅·안철수·유의동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특검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여기에 국민의힘 내 22대 총선 낙천·낙선·불출마 의원 55명 중 일부가 추가로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무기명으로 투표가 이뤄진다는 점도 소신투표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본회의 출석 여부도 관건이다. 불출석만으로도 재의결에 필요한 반대표 요건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탈표’가 정국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당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는 보도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일보는 23일 기상세ㅓ “국민의힘은 일단 김웅 안철수 유의동 등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 외 ‘추가 이탈표’는 없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라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에게 특검 반대 당론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친전을 보낸 사실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여당은) ‘찬성파 의원’들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일종의 ‘강온 전략’”이라며 “채 상병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찬성한다면 당을 떠나달라”고 말한 김태흠 충남지사의 발언을 전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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