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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무장론’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대선구도 변화 및 북한 도발 심화에 대응해 안보를 확고이 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핵보유의 현실성과 실효성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앞서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 핵무장 3원칙’ 세미나에서 “대표가 되면 핵무장 3원칙에 따라 핵무장을 반드시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핵무장 3원칙은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을 뜻한다.
나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안전을 위해 ‘북핵 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미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레토릭'을 되풀이해서는 절대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어 “북러 조약 이후 한국이 핵무장을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동의를 받고 핵무장을 해야 한다”라며 “한미동맹과 핵무장이 동시에 같이 가는 것이 안보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반복된 ‘韓 핵무장론’, 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나 후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미국 백악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정책 목표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논란이 수습됐지만, 최근 들어 한국 핵무장론이 다시 여러 경로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대(對) 한반도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한미 확장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또는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략연이 자체 핵보유를 주장하는 이유는 국제정세의 변화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한반도 개입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필요성을 주장한 전력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외교적 성과를 위해 제재완화를 대가로 북한 비핵화 대신 핵동결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에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는 대신, 미국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한이 중요하지 않은 핵 시설 등을 포기함으로써 트럼프에게 정치적 성과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시나리오는 거의 확실하게 한반도 전체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략연은 “이번 푸틴 방북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대놓고 무시하는 방식으로 북한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한 바,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추세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라며 “향후 북한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 등 여타 주요국들로부터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확보하는 행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韓 자체 핵보유, 현실성·실효성 모두 의문...
문제는 핵무장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자체 핵보유 주장은 여러 차례 국내외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바 있고,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우선, 지난 2015년 찰스 퍼거슨 당시 미국 과학자협회(FAS) 회장이 낸 보고서에는 한국이 결심만 한다면 단기간 내 수십 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능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퍼거슨 보고서’로 불리는 해당 문서는 한국이 가동 중인 원전에서 손쉽게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으며, 핵탄두 설계 및 운반체계 관련 기술도 쉽게 확보 가능해, 5년 내 수십 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자체 핵보유 전 넘어야 할 외교적 허들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우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 NPT 10조 1항은 자국의 안보가 위태로울 경우 해당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보 비상상태 발생 3개월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통보하고 탈퇴할 경우 자체 핵보유가 가능하다.
안보리가 NPT 탈퇴 이유를 정당하다고 인정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1993년 NPT 탈퇴 이후 지속적인 경제제재로 고통받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국제사회에서 핵보유를 인정받은 사례도 있지만, 한국도 같을 거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선 이스라엘은 NPT 체제 이전 핵을 개발한 경우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아예 NPT에 가입한 적이 없는 데다, 중국과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이 이들의 핵개발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반면, NPT에 가입한 상태인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북한의 외교적 파트너인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돼있다.
게다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고농축 기술은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금지돼있다. 해당 협정의 재협상 시한은 2035년으로 아직 10년 이상 남은 상태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해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보유를 허용한다고 해도, 안보 강화에 미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기통제·비확산센터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핵무기가 한국을 더 안전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치적으로 핵무기가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국의 자체 핵보유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핵심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한 군사적으로도 핵무기가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이미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정밀 타격 무기를 통해 북한의 어떤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핵무기는 북한의 편집증을 악화시킬 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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