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계정 상속 불가’에 이용자 "게임 소유권 침해" 반발

= 스팀 라이브러리 갈무리

 

게이머가 죽으면, 유언장을 통해 스팀 계정을 타인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한 게임 이용자가 밸브가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 운영진에게 이에 대해 문의해 부정적인 답변을 받으며 해외 게임 이용자들이에서 게이머의 게임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게임 커뮤니티 ‘리셋에라(ResetEra)’의 한 이용자는 18일 스팀 고객 지원팀에 자신이 사망할 경우 자신의 스팀 계정과 계정에 담긴 게임들을 유언을 통해 타인에게 상속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 결과 스팀은 “안타깝게도, 스팀 계정과 그 계정의 게임의 소유권은 이전할 수 없다. 또 스팀 운영진은 계정의 보유자가 아닌 타인에게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을 이전할 수도 없다.”라고 답변했다. 

= 리셋에라 이용자 'delete12345' 게시글 갈무리

외신들은 해당 게시물로 인해 게임 커뮤니티에서 디지털 게임 상속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스 테크니카는 “밸브의 스팀 플랫폼이 출시된지 20년이 넘어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노령 PC 게이머들이 자신이 죽은 후 방대한 디지털 게임 라이브러리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안타깝게도 당신이 사망하면 당신이 모은 수백개의 게임은 당신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비록 유언장을 통해서가 아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남기는 것 만으로도 타인에게 계정을 물려줄수 있으며 스팀이 이를 알아채는 것은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누군가 자신의 스팀 계정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은 스팀 약관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폴리곤은 자신이 소유한 게임을 물려줄 수 없다는 점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팀 라이브러리에 있는 게임은 게이머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폴리곤은 “디지털 게임은 라이선스가 부여된 디지털 자산일 이며, 밸브는 스팀 사용자 계약에 이를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라며 “이는 XBOX 스토어나 PS 스토어와 같은 다른 디지털 스토어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콘솔, 패키지 게임의 비중이 높은 해외 게임계에서는 이런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으로 인해 최근 불명확해진 게이머의 게임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옛날에는 게이머가 디스크, 게임 팩 등 물리적인 수단을 통해 게임을 소유하고 이를 자유롭게 중고로 거래하거나 친구, 가족에게 양도할 수 있었지만, 최근 디지털 다운로드가 일반화되며 게이머가 게임 소유권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정 게임을 구매하는 대신 매월 일정 비용을 내고 플랫폼이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패스'와 같은 구독 요금제나 게임을 다운받지 않고도 서버에 접속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산업이 성장하며 게이머의 게임 소유권 논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의 디지털 판매와 게이머의 게임 소유권에 대한 논쟁은 지난 1월 필립 트렘블레이 유비소프트 이사의 발언으로 본격화되었다. 당시 트렘블레이는 자사의 구독 서비스 '유비소프트 플러스'의 개편을 발표하며 "게이머는 게임을 소유하지 않는 데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라며 “이런 인식 개선이 유비소프트 플러스, 게임 패스 등 게임 구독 서비스 확장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해당 발언에 대해 게임 소유권을 침해받았다고 반발했으며, 게임 구독 모델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었다.

= stop killing games 누리집

최근 해외에서 시작된 ‘Stop killing games’ 운동 역시 게이머의 게임 소유권 이슈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14년 발매된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 '더 크루'는 패키지 게임과 같은 정가에 판매되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었으나, 유비소프트가 지난 3월 더 크루의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면서 업데이트와 유료 재화의 판매가 중단됨과 동시에 게임의 플레이도 불가능해지며 논란이 된 것이다.

 

이에 해외의 게임 인플루언서 로스 스콧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이용자들은 게임 구매와 플레이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게임의 소유권은 온전히 게임사가 가지고 있어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되면 게임에 완전히 접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고가에 구매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개발사의 지원이 종료되면 플레이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상황은 소비자 권익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하며 'Stop killing Games'(게임 죽이기를 멈춰라)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지원이 종료되는 게임을 플레이하던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주장하고 나섰다.

 

스콧은 "'더 크루'는 최소 1,200만 명의 플레이어를 보유한 게임으로, 최근 서비스의 종료와 함께 모든 플레이어의 데이터가 삭제되었다. 게임의 규모와 프랑스의 강력한 소비자 보호법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퍼블리셔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라며 "유비소프트에 대한 고발이 성공한다면 비디오 게임 업계에 파급 효과를 가져와 더 많은 퍼블리셔가 게임을 삭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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