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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팩트체크] 韓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 사실일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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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의 2024년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단위: %) 자료=국제금융협회(IIF)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 개편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아래로 하락했지만, 줄어든 수치조차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1위 수준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전 세계 부채 상황을 고르게 비교한다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1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국은행·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3.5%로 집계됐다. 기존에는 100.4%였으나 국민계정 통계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하면서 6.9%포인트 하락한 것.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또한 지난해 말 기준 122.3%에서 113.9%로 8.4%포인트 낮아졌다.

 

기준년 개편은 국민계정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5년마다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이번 기준년 개편으로 ‘분자’에 해당하는 가계·기업부채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분모’인 명목 GDP가 2246조원에서 2401조원으로 증가하면서 GDP 대비 가계·기업부채 비율도 하락하게 됐다. 

 

기재부는 이번 통계 개편으로 명목 GDP가 증가하면서 가계·기업부채뿐만 아니라 국가채무비율, 관리재정수지비율 등 주요 재정·금융지표의 GDP 대비 비율이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언론이 주목한 것은 통계 개편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리스크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 새 기준 적용에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연합뉴스), “韓 가계부채율, 기준연도 개편에도 여전히 ‘세계 1위’”(동아일보), “‘가계부채 비율’ 한숨 돌렸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한겨레), “기준 바뀌어도 소용없네...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매일경제) 등 지난 9일 해당 자료를 소개한 주요 매체의 기사 제목에는 대부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 韓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 사실일까?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1위라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지자 금융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설명자료를 내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1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보도에 언급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는 조사대상인 신흥국 30개국의 통계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라며 “조사대상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유로지역, 일본, 영국의 일부 4개 국가(지역)만을 발췌하여 제시하고 있어, 이 자료만으로는 전 세계 주요국가의 부채 상황을 균형 있게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어 IIF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00.5%로 스위스(126.3%), 호주(109.6%), 캐나다(102.3%) 다음으로 파악된다”며 관련 보도 시 해당 사실을 유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금융협회는 ‘세계부채 보고서’(Global Debt Monitor)를 발간하면서 관련 통계자료도 함께 공개한다. 가장 최근 자료인 5월 7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5%로 스위스·호주·캐나다에 이어 조사 대상 61개국(선진국 31개, 신흥국 30개) 중 4위였다. 신흥국 30개 중에서는 홍콩(92.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II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분기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98.9%로 여전히 스위스·호주·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신흥국 30개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홍콩(92.5%), 태국(91.8%), 말레이시아(69.1%) 등의 순이었다. 

 

◇ 세계 1위 아닌 4위?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 리스크

 

금융위가 내놓은 해명자료대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1위가 아니라 4위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슷한 경제규모의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미국과 영국의 올해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각각 78.1%, 71.8%였으며, 일본은 63%, 중국 63.7%, 유로지역 53.2%로 한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명목 GDP 규모가 비슷한 브라질(33.2%), 이탈리아(37.5%), 스페인(46%)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 중 한국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곳은 호주(108.9%)와 캐나다(101.2%) 둘뿐이다. 

 

가계부채 리스크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91.8%)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는데, 현재 GDP 가계부채 비율이 70% 이상인 국가 중 4년 전보다 비율이 높아진 곳은 홍콩(18.6%포인트), 태국(8.9%포인트), 스위스(1.2%포인트)를 포함해 4개 국가뿐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 누증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라며 “기업대출 대비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 및 안정성, 차주 단위 대출 규제 미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수요 증가 등이 가계부채 누증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은 이어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경제 및 금융발전 속도에 맞추어 변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라며 “DSR 예외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일시상환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적용 등을 통해 대출수요를 조절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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