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은행의 관리 감독 소홀이 불법 도박 사이트 활성화를 초래한 부분도 있어 금융권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도박이 청소년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중 약 40%가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1035명이 적발됐다. 도박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평균연령도 내려가고 있다. 2019년 17.3세에서 2023년 16.1세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 도박, 마약 거래 유인 등 악성 범죄의 수단으로 가상계좌가 악용되고 있다며 은행 가상계좌 발급 실태 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불법 거래 활용 가능성이 큰 인터넷전문은행부터 불법 거래 의심 계좌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입출금계좌의 불법 용도 이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발급 횟수 제한, 해지 후 재개설 유예기간 설정 등을 추진한다는 것.
금감원 인터넷전문은행 검사팀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의 발표 이후 번호를 한 달에 10번까지 바꿀 수 있는 모임 통장에 대해 한 달에 한 번밖에 바꾸지 못하도록 계좌번호 재발급 요건을 강화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조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금감원의 조치 이전과 이후 도박 계좌로 쓰이고 있는 모임 통장의 개수가 줄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도박없는학교는 최근 계좌 관리 감독 소홀을 이유로 카카오뱅크를 금융감독원에 ‘도박방조죄’로 신고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장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불법 도박 업체 입장에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많은 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누구나 쉽게 여러 개의 계좌를 만들 수 있었던 모임통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며 “비대변 개설이라고 개설이 쉽게 가능하도록 하면 안된다. 토스나 K뱅크의 경우 그 수가 많지 않다”고 카카오뱅크를 신고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조 교장은 “온라인 불법 도박 업체에서 사용 중인 입금 계좌 175개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뱅크 계좌(45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 중 34개가 모임통장이었다. 이어 기업은행(31개), SB저축은행(24개), 농협은행(17개), 국민은행(14개) 순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은행의 관리 감독 소홀이 불법 도박 사이트 활성화를 초래한 부분도 있다. 우리가 계좌를 제보하면 은행은 이를 토대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이 해당 계좌의 출금 한도를 대폭 내리고, 예금주에게 불법이 아님을 증빙하라는 식으로 가야 한다”라며 금융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불법계좌를 동결하는 것이 도박을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도박사이트는 불법계좌를 통해 도박머니를 충전해 이용하기 때문에 경찰의 신고와 IP 차단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으로는 계좌를 실제 지급정지시키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적용되던 계좌 지급정지를 불법 도박 사이트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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