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0%가 채 안 된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선 식량안보를 위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등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다. 이는 2008년 31.3%였던 것에 비해 11.8% 낮아진 것으로, 같은 기간 중국은 102.7%에서 92.2%로 10.5%포인트 하락했으며, 일본은 27.5%에서 27.6%로 0.1%포인트 높아진 것과 비교된다.
곡물자급률은 쌀, 밀, 옥수수 등 국가별 곡물 생산량에서 자국 내 소비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즉, 곡물자급률 19.5%라는 건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국제 곡물 가격과 수급의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식량안보에 미치는 위협도 커진다.
낮아지는 곡물자급률로 인해 식량안보 지수 역시 하락하고 있다. 경제 분석 전문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발표하는 세계 식량안보 지수(GFSI)를 살펴보면 한국의 순위는 전체 113개 조사국가 중 39위다. 이는 2012년 21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10년 만에 18단계나 하락한 것으로 OECD 32개국 중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2022년 세계 식량안보 지수(GFSI) 조사에서 ‘식량안보 및 관련 정책 이행력’ 지표가 0점으로 나왔다는 지적에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가소득 지원과 식량안보 강화에 18조 원을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 또한 식량안보 강화와 수급 안정 등을 위한 ‘전략작물육성팀’을 자율기구로 신설했다.
‘전략작물직불제’의 확대로 벼 재배면적도 줄였다. 지원 대상 품목을 논콩에서 완두, 녹두, 잠두, 팥 등을 포함한 두류 전체로 확대하고 옥수수를 신규로 추가하고, 지급 단가와 지원 대상 면적도 확대됐다. ha당 100만 원을 지원하던 두류와 가루쌀의 단가를 200만 원으로 인상하고, 지원 대상 면적도 18,000ha 늘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김성훈 교수는 <이코리아>의 통화에서 “곡물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밀·콩·옥수수 등 가공용 수요가 많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장기적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밀을 직접 사지 않고, 밀가루, 라면, 빵과 같이 가공식품으로 소비하고 있으므로 국산 밀·콩으로 된 가공식품이 많아져야 곡물자급률이 높아질 수 있다.”라며 “다만, 국산 작물의 경우 수입 작물과 성분이 달라서 기존의 제품을 만들던 공정에 원료만 바꾼다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개발이 먼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심의 수미칩을 사례로 들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자칩도 수입 감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수미감자를 기존 공정에 넣으면 성분이 달라 다 타버렸다”라며 “그런데 농심이 국산 감자로 바꿔보자 결단을 내려, 설비도 바꾸고 공법도 바꾸고 자체 연구·개발해 제품이 나오기까지 약 100억 원 가까이 비용이 들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을 업체에 강요할 수는 없다. 이렇기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선 원료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이 먼저라고도 말했다. 김 교수는 “식품 가공업체 중에선 외국산보다 50% 더 비싸도 안정적인 물량만 확보되면 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업체들도 있다.”라고 말한다.
이에 해결책 중 하나로 ‘가공 전용 생산단지’를 제안한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가공업체들이 원하는 품종을 재배하고 그에 따른 재배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는 생산단지를 만들고, 업체와 계약재배해 판매하도록 하면 지금의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참여하는 농가와 기업들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안보를 위해 엄격한 법을 도입한 나라도 있다. 최근 일본은 「식량 공급 곤란 사태 대책 법안」을 마련했다. 법안의 내용은 식량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농가에 증산을 지시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수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중국은 식량안보를 중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식량을 땅에 저장하고 기술에 저장하는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식량 생산량이 7억 톤에 가까워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100% 이상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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