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토지이용부터 음식물 쓰레기처리까지 과정에서 발생한다. 식량 부분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저탄소 식단’은 탄소중립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저탄소 식단이란 식품의 생산부터 포장, 가공, 운송, 조리, 먹고 난 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식단을 말한다. FAO에 따르면 소나 돼지 같은 가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5배의 온난화 유발효과가 있는 메탄이 주로 방출되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저탄소 식단 구성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육류를 줄이면서, 식물 단백질, 지역농산물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탄소 식단을 실천하고 싶어도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질좋은 단백질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저탄소식단을 실천하면 영양소가 부족해지는 것은 아닐까? 육식을 즐기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주는 곳이 없어 답답할 때가 있다.
또한 식단 구성을 위해 우유와 치즈 등 동물 단백질을 아예 안 먹어야 하는지, 국내 하우스 제품과 수입 과일 중 어느 것이 더 저탄소 제품인지 다양한 식자재를 비교하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비영리 민간 연구소인 기후사회연구소는 최근 저탄소 식단의 실천은 어렵지 않다며 저탄소 식단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짚고, 합리적인 저탄소 식단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소는 "저탄소 식단이란 극단적으로 육류의 섭취를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매끼 소고기를 먹는다면, 한 끼만이라도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먹으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고기 섭취량을 줄이지 않고 소고기를 닭고기로 대체하는 간단한 식단 변화만으로도 탄소 배출량을 절반가량 감축하고 물 소비량은 30%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저탄소 식단이라는 것이 실천하기 어렵고 불편하다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충분한 양질의 영양분과 먹는 즐거움을 보장하기 위한 식단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우유와 치즈의 경우 동물 단백질이지만, 식물 단백질로 대체했을 때 탄소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캐나다 맥길대학교 동물학과 연구진들은 유제품을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 했을 때의 환경 및 건강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유제품의 50%를 식물 단백질로 대체했을 때 탄소 감축 효과는 5%로 적었던 반면 칼슘 부족을 초래할 확률은 14% 증가했다.
흔히 알고 있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 탄소감축에 다 좋은 것은 아니하는 사실도 알려준다. 같은 작물이라도 지역에 따라서 좋은 채식과 나쁜 채식을 나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먹는 콩조림과 인도에서 먹는 라즈마(콩요리)의 환경영향은 같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생물다양성 때문이다. 탄소발자국이 작아 저탄소 식재료로 여겨졌던 콩이 원산지에 따라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연구소는 “라즈마같이 콩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들은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데도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식재료의 생산 지역에 따라 생물다양성 발자국의 크기가 다르므로 제대로 된 채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선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생물다양성 발자국이 크다는 것은 고유종의 서식지를 위협한다는 의미다. 콩의 재배지가 넓어질수록 지역에 거주하는 고유종의 서식지를 차지하게 되고 이는 생물다양성 손실로 직결된다.
기후사회연구소의 한빛나라 소장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저탄소 식단은 온실가스와 생물다양성 발자국을 가장 효율적으로 줄이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식단”이라면서 “잘못된 오해으로 인해 저탄소 식단을 도전하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실천가능한 식단으로 환경에 기여하는 일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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