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보수 연립 정부는 ‘공정 디지털 뉴스 교섭법’을 추진해 메타, 구글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언론사에 뉴스 비용을 지불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폴 골드스미스 뉴질랜드 미디어통신부 장관은 지역 언론사들이 제작하는 뉴스에 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며, 제안된 개정안이 호주에서 제정된 디지털 교섭법과 더 밀접하게 연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타는 해당 법안이 플랫폼의 운영 방식, 플랫폼의 자발적인 성격, 사용자 선호도 및 뉴스 매체에 제공하는 가치와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뉴스 사용료 법제화를 둘러싼 이와 유사한 갈등이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불공정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비판과 오히려 플랫폼 기업이 뉴스 콘텐츠가 더 많은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호주 정부가 세계 최초로 뉴스 사용료 지급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호주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과 호주 뉴스 비즈니스 사이에 존재하는 협상력 불균형 해결을 목표로 ‘뉴스 미디어 협상법(News Media Bargaining Code)’을 통과시켰으며, 메타는 해당 법안에 반발해 5일간 호주에서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이후 메타는 호주 정부와 협상을 거쳐 뉴스 서비스를 재개했으나, 결국 지난 3월 전통적인 뉴스 콘텐츠에 더 이상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호주와 함께 독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지난해에는 캐나다에서 '온라인 뉴스법(Online News Act)'이 제정되자 메타가 캐나다에서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하며 논란이 되었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메타가 뉴스 콘텐츠 차단을 유지하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뉴스가 공유되지 않아 SNS를 통해 산불과 대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해 3월 발의된 캘리포니아 저널리즘 보존법(CJPA)을 두고 구글 등 플랫폼과 정부, 언론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며 광고 수익을 얻어온 플랫폼이 뉴스 제공자에게 공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플랫폼 기업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구글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뉴스 제공을 중단한 상황이다.
한편 신중하지 못한 뉴스 사용료 정책 도입은 오히려 저널리즘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5월 내놓은 정책 리포트를 통해 캘리포니아 저널리즘 보존법은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도 캘리포니아 저널리즘 보존법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민운동단체 ‘자유언론행동’은 해당 법안은 거대 미디어 기업을 위한 지원책이며 정작 지원이 가장 필요한 언론사들은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프 자비스 뉴욕대 교수는 법안이 플랫폼에서 링크를 많이 받을수록 지원금이 늘어나는 형태로 설계되어 결국 언론사들이 가능한 모든 주제에 대하여 저질의 대량 콘텐츠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리포트는 유사한 법안을 제정한 캐나다와 호주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진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호주의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메타와 구글의 강력한 반발로 초안보다 크게 완화된 수정안을 제시해야 했으며, 결국 메타는 호주에서 뉴스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 이용자들의 플랫폼 이용량은 줄지 않았지만 뉴스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은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용자들이 스크린샷을 통해 뉴스를 공유하는 등 편법을 이용하게 되며 결국 언론사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에서 2023년 뉴스 공유가 차단된 이후 36개 언론사가 문을 닫았으며 그중 29개는 지역신문이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에 따라 재단은 저널리즘 지원 정책이 절실할수록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며, 선의로 마련한 법률이나 정책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와 치밀한 설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언론 생태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의 정책 입안자은 언론이 처해 있는 조건과 환경이 크게 바뀌었음을 직시하고 뉴스 미디어 기업에 인위적으로 이윤을 보장해주는 방향이 아닌 좋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 언론인을 고용하면 세액을 공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뉴욕 주의 ‘지역 저널리즘 지속가능법(Local Journalism Sustainability Act)’법안을 예시로 들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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