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술 기업들이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없애도록 하겠다는 ‘넷 제로’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배출량 감축에 실패하고 있으며, 오히려 배출량이 크게 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 열풍으로 주요 기술기업들이 모두 AI 경쟁이 뛰어든 상황에서 AI 구동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증설한 것이 주 원인으로 뽑힌다.
구글은 2일 ‘2024 환경보고서’를 발표하며 기업의 온실 가스 배출량이 지난 5년 동안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지난 2020년 발표했지만, 오히려 전년 대비 탄소 배출량이 13% 증가해 1,430만 톤에 달한 것이다.
구글은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탄소 배출량이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받을 재생에너지가 부족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케이트 브랜트 구글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는 “우리는 AI를 확장하고 이를 활용해 기후 행동을 가속화 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환경적 영향을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AI가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있긴 하지만, 역으로 AI를 활용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설명했다. 또 현재 회사는 청정에너지 사용 계약을 맺는 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오픈 AI와 협력해 AI 개발 경쟁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탄소 배출량 감축에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2023년 회계연도에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30% 증가했으며, 이산화탄소 1,535만 7천 톤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지난 2020년 10년 내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점차 목표를 이루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AI로 인해 급증한 전력 사용량이 청정에너지 보급 촉진을 통해 결국 다시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게이츠의 발언은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전력 위기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AI 산업의 급성장이 이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늘려가며 AI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에 따르면 이용자가 구글 검색을 1회 수행할 경우에는 0.3와트의 전력이 소비되지만, 챗 GPT를 사용할 경우 AI에 질문을 한번 할 때마다 2.9와트의 전력이 소비되어 AI는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3일 기술 기업들이 AI 열풍으로 암호화폐 열풍 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방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2014년 이후 비트코인으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 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매체는 “AI 제품과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빅 테크의 탄소 발자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아마존만 해도 이미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보다 더 많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기업들은 잇따라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어 탄소 배출량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AI는 1,000억 달러(약 137조 원)을 들여 AI 구동을 위한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아마존 역시 향후 15년간 데이터센터 건립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올해 시간당 172테라와트에서 2030년에는 205테라와트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4.2%에서 8.1%로 2배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전문가들은 기술기업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리사 삭스 콜롬비아 지속가능성 투자 센터 디렉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기술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모든 기술적 노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라며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전력망 탈탄소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UCL 경제학 교수는 지난 5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지구를 먹어치울 기세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라며 대형 기술기업을 비판했다. 주요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 전력망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주거용 전력 공급과 같은 필수적인 분야에서 에너지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채굴 과정에서도 막대한 환경 오염과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며, 물 소비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도 설명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챗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은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술 중 하나다.”라며 “AI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러한 모델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우리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서인지 에너지 소비량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인류는 1990년대 이후 전례 없는 혁신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전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 적으로 간과해 왔으며, 이제라도 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다른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오늘날의 거대한 도전에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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