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현상으로 단시간에 물이 차오르는 도시홍수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빗물이 블록에 스며드는 친환경 투수블록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2022년 기준 전국의 불투수 면적률이 국토의 8.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불투수면적률은 54.2%로 1962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도시 불투수 면적은 구조물 지붕과 도로포장이 대부분이고 이중 도로포장이 5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 호우, 가뭄 등 복합적인 물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물순환 전주기를 고려한 체계적인 물순환 대책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22년 8월 8일부터 9일까지 서울 한강 이남지역에 1시간 최대 강우량 141.5mm가 쏟아지면서 노면수 집중에 따른 저지대 지하공간 침수피해가 심각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자치구 단위 ‘침수 예·경보제’를 시행하는 한편, 서울 전역 방재 성능 목표를 시간당 100mm로 확대했다. 또 30cm 이상 도로가 침수되면 즉시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우회도로를 안내한다.
일각에서는 도시홍수 방지위한 방법으로 도로시설을 투수성 도로로 건설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투수성 블록은 도시화에 따른 인공물 포장 면 증가로 수면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하수 고갈현상과 열섬현상의 증가 등 환경 생태의 심각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포장재다.
투수블록은 빗물이 노면으로 침투되거나 흡수돼 지하수 부족현상과 토양 오염현상을 일부 해결할 수 있으며, 따로 배수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또, 우천 후 맑은 날에는 저장돼 있던 빗물이 다시 증발돼 지면의 온도 및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수막 현상을 최소화해 미끄러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및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투수성 포장은 일반 포장재에 비해 강도가 낮아 주차장이나 보도 등에 사용돼 왔다.
선진국은 높은 수준의 투수성 보도블록 관련 기술이 있으며, 일부 국가는 투수성 보도블록의 사용을 법제화해 사용범위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국가지하수정보센터에 따르면 독일은 1960년대 일반 블록을 투수성 보도블록으로 교체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까지 전국 도시노면의 90%를 투수성 노면으로 교체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정부가 주도해 투수성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혼합한 건축자재를 개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도종남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남미나 스페인의 경우 돌바닥 위에 바로 포장을 해서 비가 조금만 와도 도로가 엉망이 된다. 투수블록을 깔면 물이 투수블록 밑으로 물길이 형성이 돼서 설계를 잘 한다면 국지적인 폭우가 와도 물이 잘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수블록이 자연순환 기능을 가진 재료라 생태면적률을 만족시킬 수 있어 주차장 부지나 도심지 개발, 산업단지, 체육시설 등에 (투수블록이) 쓰여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태면적률은 공간계획 대상의 전체면적 중 생태·자연순환 기능이 있는 녹지 또는 물순환 공간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로써 2004년 최초로 서울시에 도입된 제도이다. 서울시는 생태면적률도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의회 서준오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도시의 생태면적률을 확대하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준오 의원의 이번 조례안에는 ▲도시관리계획 수립 시 생태면적률 적용 ▲개발행위허가 생태면적률 적용대상 신설 및 명확화 ▲공공기관 생태면적률 확보 의무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기존 생태면적률이 건축물 건축하는 경우 대지 면적 중 자연순환기능을 가진 토양면적이었다면, 공간계획 대상 면적 중 생태적 기능 또는 자연순환기능이 있는 토양면적으로 개정됐다.
또한 단독주택 20% 이상, 공동주택 30%에서 공동주택(다세대주택 제외) 30이상, 그 외 용도의 건축물 20% 이상으로 변경됐다. 또한 녹지지역 내 건축물은 50% 이상 적용해야 한다.
다만 투수블록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시공 후 시간이 지나면서 물빠짐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투수블록은 제품의 생산 초기에만 투수계수를 시험하기 때문에 시공 후에는 오염물질로 인해 공극이 막히는 등 물빠짐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도 관련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제품을 현장에 시공하기 전에 투수블록의 물빠짐 지속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표준 투수유지율 측정방법’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강우와 진동 등 도로에서 일어나는 실제 환경과 비슷한 조건으로 투수블록에 인공 오염물질을 투입하여, 오염 전후의 물빠짐 성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투수유지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지난 2022년 국가표준안을 만들었고, 계속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홍수·가뭄,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면 증가 등 복합적인 물 재해로부터 안전한 물순환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앞서 환경부는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했다. 물순환이 왜곡되거나 취약한 곳에 대해선 촉진구역으로 지정, 통합적인 촉진사업이 추진된다.
이밖에 물순환 촉진 제품·설비의 설치 확대와 물순환 왜곡 및 물관리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물순환 시설에 사용되는 제품·설비의 인증제도가 도입된다. 시행규칙 제정안에 품질인증 대상, 성능·품질 기준 및 인증절차, 표시방법 등이 명시됐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급발진 입증책임' 미국 유럽, 韓과 달라... ‘도현이법’ 입법 전망은? (0) | 2024.07.11 |
---|---|
기후변화에 말라리아, 뎅기열 등 질병 급증... 대비책은? (0) | 2024.07.10 |
도시를 시원하게ᆢ 쿨 루프의 효과는? (1) | 2024.07.05 |
발암물질 위에서 노는 아이들...유치원 등 전수조사 필요 (0) | 2024.07.04 |
한국인이 가장 선호·신뢰하는 뉴스채널은? (0) | 2024.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