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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락가락 전세대출 규제에 가계부채 관리 실종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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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시도로 풀이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와 관련해 엇갈리는 정책들을 펼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DSR 규제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까지 확장하려는 것은 최근 급증하기 시작한 가계대출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5.4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2·3월 각각 –1.9조원, -4.9조원 줄어들며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최근 은행권 금리하락 및 주택시장 회복세로 인해 4월 +4.1조원, 5월 +5.4조원 등 최근 들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일 기준 총 710조75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08조5723억원에서 4일 만에 2조1835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적용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이미 여러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이 제안해온 대책 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전세대출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며, “전세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17년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하향 조정되는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반면,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거주자를 제외하고는 완화적인 규제가 지속된 데에 기인한다”

 

한은은 이어 “대부분의 대출이 DSR에 포함되는 주요국과는 달리 전세자금·중도금 대출 등 상당수의 대출이 DSR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라며 DSR 예외대상을 줄이고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춘성 연구위원 또한 지난해 발표한 ‘전세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에서 “전세는 대출과 매우 흡사함에도 불구하고 LTV, DSR과 같은 금융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 과잉대출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를 제재하는 것도 어렵다”라며 “전세는 임대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갭투자를 쉽게 만들어 주택가격과 거래변동성을 높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누적되어 거시경제적 충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연내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적용을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DSR 적용범위 확대 추진 ▲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주택보유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 적용 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2월 금융위는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 적용을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리며 방침을 전면 수정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전세대출 한도가 줄면 주택 매입이 힘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달 돌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연기하겠다고 결정했다. 해당 제도는 DSR 산정 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금리상승을 가정해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만큼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초 2단계 스트레스 DSR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돌연 시행 시점을 9월로 미루면서 3단계 시행 시점 또한 내년 초에서 내년 7월로 연기됐다. 금융위는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대책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과정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 시행을 연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다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가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와 완화하는 조치가 엇갈리게 시행되면서 오히려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것. 

 

한편,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전세대출 DSR 적용은 당장 전체 차주를 대상으로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연초 무주택자는 DSR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유주택자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이자 상환분에 대해서만 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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