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랠리를 이어가면서, 해외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들도 늘어나는 ‘서학 개미’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을 확대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주식+채권) 보관금액은 지난 5일 기준 1338억77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연초 1009억3231만 달러였던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지난 3월 중순 800억 달러대까지 줄어들었으나, 이후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7월 들어 처음 1300억 달러선을 돌파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규모가 확대된 배경에는 미국 증시의 상승랠리가 놓여있다. 엔비디아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행진을 벌이자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동한 것. 실제 외화증권 보관금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69.2% 수준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이달 5일 74.7%를 기록했다. 채권을 제외한 주식투자 비중은 더 높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8.4%에서 91%로 2.6%포인트 늘어났다.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증권사들도 서학 개미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일, 연말까지 미국주식과 장내채권 투자 시 발생하는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면제하고, 기간 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이라면 국내·미국 주식 거래시 3개월간 무료 수수료 혜택을 추가 제공하는 내용으 ‘투자비용 제로(ZERO)’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또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이용을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소수점 주식을 랜덤 지급하는 이벤트를 오는 26일까지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에도 미국 주식 신규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미주 ZERO’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해외 선물·옵션 수수료 할인 이벤트와 미국주식옵션 수수료 1달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8월 30일까지 신한금융 통합 앱 ‘신한 슈퍼솔(SOL)’에서 ‘미국 주식 매수 수수료 제로(ZERO)’ 이벤트 및 엔비디아·애플 등 미국 주식 6종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서학 개미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은 2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나 증가했다. 수익 규모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5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삼성증권 463억원, 키움증권 372억원, 토스증권 282억원, 한국투자증권 243억원, NH투자증권 226억원, KB증권 212억원, 신한투자증권 169억원 등의 순이었다.
증가율로 보면, 10억원 이상의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을 올린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87.9%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증권(24억원)은 87.9%로 2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는 유안타증권 74%, 한국투자증권 70.7%, 하나증권 66.4%, 토스증권 63%, KB증권 51.8% 등의 순이었다.
한편,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주 중심의 상승랠리가 이어지면서 특정 종목에 대한 편중이 심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1~4위는 5일 기준 테슬라(150억 달러), 엔비디아(132억 달러), 애플(51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41억 달러) 등 미국 대형 기술주가 차지했다.
레버리지 ETF 등을 선호하는 공격적인 투자성향도 우려를 사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주가지수 및 국채가격 변화 대비 3배의 변동성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규모는 2020년 말 1.9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58.0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해외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발표한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특징 및 평가’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투자행태 특성을 고려할 때 외환부문의 변동성 확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어 “올해 국내 외환수급이 수출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확대 전망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지난해 일시적으로 큰 폭 유입되었던 기업의 해외유보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일시에 확대될 경우 외환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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