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최근 100일간 현장경영을 마무리한 뒤 타운홀 미팅에서 7가지 ‘미래혁신과제’를 발표하며 경영 혁신을 위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구체적 목표로 포스코그룹이 2030년에 그룹 합산 매출액 2배, 영업이익 4배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력인 철강업과 이차전지 소재사업이 부진을 겪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임에도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나온 목표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2021년부터 사업부별로 경영진과 직원들이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으나, 회장이 직접 주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운홀 미팅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장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장 회장은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감”이라는 경영 철학을 내세운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 1일 타운홀 미팅에서 '7대 미래혁신과제'의 중간 성과와 향후 계획을 철강, 이차전지소재, 신사업 발굴/사업회사 관리, 신뢰받는 경영체계/기업문화 총 4부분으로 나눠 발표했다.
우선 철강은 제조원가 개선과 판매 및 구매 경쟁력 제고로 2300억 원의 원가절감 및 수익창출 효과를 거뒀다. 앞으로 원가경쟁력과 친환경 미래를 위한 경제적 녹색전환 및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차전지소재는 글로벌 원료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선진국에는 3원계(NCM, NCMA, NCA) 중심, 신흥 시장에는 LFP 위주의 공급망 확대 등 시장 권역별 차별화 전략과 함께 파트너십에 기반한 차세대 기술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글로벌 성장시장 중심으로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사업을 함께 진입해 시너지 효과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30년 신소재 분야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신모빌리티 등 그룹 사업 연계 뿐 아니라 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에 적용될 첨단소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신소재 산업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도록 M&A기반의 신사업 추진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본원 경쟁력 집중을 위해 적자가 지속되거나 투자목적을 상실한 사업들에 대한 구조개편 계획도 확정해, 향후 3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 회장은 취임 시 내건 새로운 그룹 비전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일만큼 줄곧 그룹의 ‘혁신’을 외쳐왔다. 동시에 철강업과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그룹 미래를 이끌 쌍두마차로 꼽으며, 최근 침체된 업황에도 흔들림 없는 투자를 약속했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철강업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별로 좋지 않고,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침체) 현상의 초기에 있다”며 “철강은 부진이 길거나 깊지 않을 것 같은데 이차전지는 조금 더 길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철강도 이차전지도 둘 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의 순간에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키워 놓으면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우리에게 훨씬 더 리워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차전지소재사업은 그동안 포스코가 많은 신사업에 도전해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잘 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시장이
나쁘다고 투자를 멈추면 안 된다. 적기에 적절하게 투자하겠으나, 결코 소홀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이 연일 혁신을 외치는 배경에는 외부 환경과 무관치 않다. 포스코는 중국 등 철강사와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포스코의 철강사업부는 그룹 전체 연간 수익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38조9720억 원으로 2021년(39조9200억 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영업이익은 2년 새 6조6500억 원에서 2조830억 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속되는 건설 경기 불황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친 탓이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59억 원으로, 2022년 대비 78% 급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최근 캐즘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결과 리튬과 니켈 등 수요 증가 기대에 기반해 2023년 가격이 급등했던 이차전지 소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도 가격 약세를 경험 중”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그룹의 건설업도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포스코이앤씨 영업이익은 3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주택 사업 원가율이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해외 수주가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자 포스코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올 초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지난달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했고 임원 급여를 최대 20% 반납하도록 했다.
외부 상황도 다변적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보조금 등 전기차 및 이차전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그룹은 이달 ‘밸류데이(Value Day)’에서 오는 2026년까지 연간 리튬 9.6만톤, 니켈 4.8만톤, 양극재 39.5만톤, 음극재 11.4만톤의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극재 기준 기존에 제시했던 캐파(Capa) 전망치는 2026년 42만톤, 2030년 100만톤이었으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를 반영해 가이던스를 소폭 하향했다. 음극재도 기존 2026년 28만톤에서 하향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밸류데이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했다는 분위기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그룹 밸류데이에 대해 “2026년까지 리튬, 니켈 등 원재료들의 상용품을 생산할 전망”이라며 “그룹 내 밸류체인 확보에 따른 내재화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기취득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소각 가능한 기취득 자사주 6%를 3년 이내 전량 소각할 계획이며 소각 공시와 더불어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신규 취득 및 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소재 관련 대규모 투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주주환원 정책이었다고 판단한다”면서 “아울러 저수익/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2026년까지 2.6조원의 현금을 창출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주주환원 추가 확대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장 회장의 CEO 선임을 두고 정통 ‘포스코맨’으로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로 평가됐다. 올해 69세인 장 회장은 1988년 포항공과대학교 산하 산업과학기술연구소(RIST)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포스코 신사업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포스코 사장 등 여러 요직을 거쳤다.
포스코가 맞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 속에서 장인화 회장이 어떤 혁신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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