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정부도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요청하고 나섰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급성장 덕에 1분기 호실적을 낸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확대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그늘이 드리워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증가폭이 점차 줄어들면서 지난 3월에는 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1.7조원)했으나, 4월(+5조원)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이 다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정부도 급하게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화에서는 모든 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주문하는 등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수 금감원 부위원장은 “가계대출이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은행권은 최근의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고 연초 각 은행이 설정한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되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기로 하면서 은행권이 여신에 기댄 성장을 이어나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실적이 성장한 경우인 만큼, 금융당국의 눈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우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대출을 취급하면서 생기는 연체 리스크 등을 감당하기 위해 안전판으로 안전자산인 주담대를 늘리고 있다”며 “다른 은행이 심사해서 이자를 잘 받고 있던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뺏어오는 식의 영업은 우리가 생각했던 혁신·포용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하반기 실적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3대 인뱅’은 올해 1분기 각각 1112억원, 507억원, 14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성장잠재력을 입증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주담대, 전세대출 등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 호실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은 대부분 개인사업자 대출로 구성돼있어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대 인뱅의 총여신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94.4%였던 반면, 기업대출 비중은 5.6%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것도 지난해 1분기(95.4%)에 비해 가계대출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1분기 기준 46.3%로 기업대출(51.9%)보다 적다.
여신의 95%가 가계대출이 몰려있는 만큼, 정부가 가계부채의 고삐를 강하게 죈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반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현재의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기존 성장전략을 벗어나 플랫폼 등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대환대출 플랫폼을 주담대 및 전세대출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자부담 경감과 (은행권) 경쟁촉진 효과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가계대출 수요가 대거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옮겨 가자, 오히려 “우리가 생각한 혁신과 다르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을 가계대출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게다가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정책 기조는 ‘갈지자’(之)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돌연 2개월 미루기로 결정했으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여론이 확산하자 지난 2월 백지화했던 전세대출 DSR 규제 적용을 다시 검토하는 등 엇갈린 정책을 연달아 꺼내 들고 있다.
한편 이준수 금감원 부위원장은 지난 3일 간담회에서 “은행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반기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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