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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구 온난화에 물가 상승 심화...해법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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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 영향.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파란색)와 현재의 기후대책 유지 시나리오(오렌지 색) 간의 인플레이션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자료=한국은행

생활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기후위기가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에 대한 주목할만한 논문이 게재됐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와 유럽중앙은행 연구진이 작성한 해당 논문은 기후변화가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조건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1996~2021년 전 세계 121개국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관측치 2만7000개와 고해상도 기상 관측치를 수집했는데, 분석 결과 높은 지구 기온은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모든 국가에서 12개월간 지속적으로 식량뿐만 아니라 전체 물가 상승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지난 2022년 폭염으로 유럽 식량 인플레이션이 0.4~0.9% 증가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오는 2035년까지 식품 및 전체 물가가 각각 연평균 1~3%, 0.3~1.2%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거시경제, 특히 물가에 미치는 압력에 대한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자연재해가 늘어날수록 작황 부진으로 농업생산성이 나빠지면서 공급 충격이 발생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실제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농산물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117.4였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 연속 상승해 지난달 기준 120.6을 기록 중이다. FAO는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에 대한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발표하고 있는데, 해당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보고 비교해 산출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는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난 2022년 기준 4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농산물 물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주 물가는 OECD 평균(100) 대비 55%나 높았으며, 특히 사과(279)·돼지고기(212)·감자(208) 등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의 2~3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다면,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으로 월평균 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가격 및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최대 0.44%포인트, 0.0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하면 농산품 가격이 오르고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비싸지며, 결국 전반적인 물가도 오르게 된다는 것. 

 

기후변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인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한은이 녹색금융을 위한 중앙은행·감독기구 간 글로벌 협의체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의 탄소배출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누적 상승분은 0.5%포인트 미만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추가적으로 도입되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분은 0.6%, 농산물 가격 상승분은 1%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 원자재 시장 물가상승까지 감안하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물가연구팀 조병수 차장과 민초희 조사역은 “기후변화는 단기적인 물가상승 압력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을 높이고 변동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라며 “최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기후플레이션 문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전 세계적인 기후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에 힘쓰고 중앙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가격 변동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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