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탄소중립 목표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이 핵심제품 전반에 AI를 도입하면서 지난 5년 동안 탄소배출량이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도보다 13% 늘어난 1430만 톤에 달했다.
구글은 보고서에서 “AI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여파로 데이터 센터의 소비전력량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증가한 것이 온실가스 배출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AI가 미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복잡하고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글만이 AI의 고도성장으로 인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월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회사가 점점 더 많은 데이터 센터의 건설로 인해 2020년 이후 탄소 배출량이 29%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에 필요한 인프라와 전력은 기술 부문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성 약속을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2030년까지 순배출 제로(탄소순배출 마이너스)에 도달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23년부터 구글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더 이상 "운영상의 탄소중립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썼다. 회사는 2030년에도 순제로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구글보다 기후 공약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 하지만 이 역시 AI에 대한 집중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7000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가 있다. 2015년의 3600개에서 증가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데이터 센터를 합치면 이탈리아 전체와 동일한 양의 전기를 소비한다고 추정한다.
실리콘밸리의 AI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인한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전 세계의 에너지 전환 계획과 조 단위 달러 규모의 빅테크들의 청정에너지 목표를 뒤집게 할 위협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허깅 페이스의 기후 책임자인 사샤 루시오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보고서의 기준 연도는 2019년이었다. 확실히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이 데이터는 기술 기업들이 환경 목표를 설정할 때 AI의 대규모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빅테크는 어떻게 탄소배출을 줄여나갈까.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공기 중 직접포집(DAC) 방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포집은 탄소포집(CCS) 기술의 일종으로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모아 포집하는 방식을 말한다.
DAC는 아직 초기 단계로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22년도 보고서를 통해 DAC는 탄소 포집 방식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이라 밝힌 바 있다. 공장이나 발전소 굴뚝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식에 비해 DAC는 공기 중에 희석되어 농도가 낮은 탄소를 포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DAC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각국 정부와 산업의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설비 규모와 플랜트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IEA는 전망했다.
미국 4위 석유·가스회사 옥시덴털은 지난 8일 6년간 탄소배출권 50만톤(t)을 MS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탄소배출권 거래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탄소배출권은 옥시덴털의 자회사인 원포인트파이브가 내년 중반부터 상업적 가동을 개시할 예정인 첫번째 대기 중 직접 탄소 포집(DAC) 플랜트 ‘스트라토스(STRATOS)’를 통해 생성된다.
스트라토스는 현재 미국 서부 텍사스에 건설 중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DAC 플랜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 있다. 스트라토스의 예상 탄소 포집량은 연간 최대 50만톤에 달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탄소포집 스타트업인 280어스는 최근 기업 합작 펀드 ‘프론티어’와 4000만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맺었다.
알파벳, 메타, 쇼피파이 및 스트라이프에 의해 설립된 프론티어는 직접포집이라고 알려진 분야인 공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직접 끌어내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탄소 제거 기술에 자금을 대고 있다.
280어스는 2018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X 랩의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2년에 별도의 사업체가 되었다. 오리건 주 댈러스에 위치한 이 회사의 새로운 시설은 구글 데이터 센터와 인접해 있다.
280어스가 설계한 이 시스템은 데이터 센터의 냉각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센터의 폐열을 사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일괄적으로 제거하는 경쟁 기술과는 달리 흡착제를 사용하여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끌어낸다.
이번 계약을 통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6만1600톤을 제거하고 이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발급해 프론티어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제공한다. 해당 작업에는 280어스가 최근 미 오리건 주에 새로 건설한 직접포집(DAC) 플랜트가 활용될 예정이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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