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도 중국 배터리업체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지난 2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CATL은 지난 26일 공개한 상반기 재무 보고에서 올해 영업수익이 1667억7000만위안(약 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4% 증가한 228억6000만위안(약 4조300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또 영업활동 중 발생한 현금흐름은 총 447억1000만위안(약 8조5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20.6% 늘었다고 CATL은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 1~5월 비중국 시장 배터리 점유율이 26.9%로 1위를 차지하며 2위 LG에너지솔루션(25.6%)을 앞섰다.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3%포인트 상승한 46.4%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차이신은 “CATL의 매출액이 감소한 원인에 대해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배터리 등급 탄산리튬의 평균가가 68% 떨어져 원자재 부문 매출이 줄었다.
차이신은 중국 배터리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ATL의 가동률은 2023년 70.5%에서 올해 상반기 65.3%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CATL의 올해 상반기 생산능력은 총 323GWh(기가와트시), 생산량은 211GWh, 생산 중인 설비 규모는 153GWh였다.
또 전년동기대비 35% 이상 증가한 국가 보조금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높은 공략을 목표로 삼았지만, 유럽연합(EU)의 전기차 잠정 관세 부과 등 난관에 부딪혔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배터리 업체도 지정학적 문제를 겪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 모닝스타는 지난 6월 애널리스트 노트에서 미국 리튬 배터리 시장의 지정학적 위험과 잠재적 비즈니스 손실을 고려해 CATL의 2024~2033년 총 매출 추정치와 순이익 전망치를 각각 8~9%, 7~8%씩 낮췄다.
그렇다면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K-배터리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불황을 상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전기차용 배터리에 쏠렸던 만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전략 및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전력 수요량이 급증하고, 태양광발전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유럽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7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까지 76.6GWh로 약 6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최근 수요 예상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ESS 사업부에 주목한다”며 “동사의 하반기 ESS 매출액은 1.3조원(+32% YoY, +382% HoH)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가동률 정상화로 인하여 올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부터 가동되는 남경 ESS 용 LFP 배터리 매출 인식이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지난 5일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와 ESS용 배터리 장기 공급을 협의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대규모로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용량 6.3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SK온은 인터배터리 2024에서 처음으로 ESS 관련 제품과 기술을 공개했다. LFP ESS 모듈은 물론 ESS 모듈을 직·병렬로 이은 차세대 DC블록 모형도 전시했다. 차세대 DC블록은 액체냉각 기술 등이 적용됐으며 용량은 5015킬로와트시(kWh)에 달한다. 고성능 순수전기차(80kWh) 63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과 맞먹는다. 현재 SK온은 북미에서 ESS용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ESS용 배터리 시장은 꾸준한 성장이 전망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은 전년 대비 27% 커진 400억 달러 (약 55조2000억 원)까지 성장하고, 2035년에는 800억 달러(약 110조3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지난해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중국 4개 기업의 비중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은 값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무기 삼아 ESS 시장을 주도해왔는데, K-배터리사들의 잇단 시장 진출로 향후 시장점유율의 변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전기차 캐즘이 3~4년 정도 가면서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모두 다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만약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그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국내에서 LFP도 지금 ESS용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ESS용은 중국산 배터리와 치열하게 싸워야 되겠지만 새로운 시장 창출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이 ESS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메프 사태에 소비자 신뢰 상승세 타는 기업은? (0) | 2024.07.29 |
---|---|
'티메프 사태' 직격탄 맞은 여행사 주가 하락, 쿠팡 네이버는 상승세 (0) | 2024.07.29 |
저출산 혜택 늘린 '24년 부동산 세제개편안, 전문가 의견은? (0) | 2024.07.29 |
세법개정안, “부자 감세” vs “경제회복 마중물” 엇갈린 반응 (1) | 2024.07.29 |
청년도약계좌 혜택 늘린 금융당국. 이유는? (0) | 202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