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10일 '플레이스테이션 5'의 업그레이드 기종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 (PS5 프로)'를 공개한 가운데, 기기의 비싼 가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소니는 2024년 9월 10일,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PS5 프로)'를 공식 발표하며 11월 7일 출시 일정을 공개했다. PS5 프로는 기존 PS5 대비 성능이 크게 향상된 기기로, GPU(그래픽 처리 장치) 업그레이드, 고급 레이 트레이싱 기능, AI 기반 업스케일링 기술 '플레이스테이션 스펙트럴 슈퍼 레졸루션(PSSR)'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고해상도에서도 더욱 부드러운 프레임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니 측은 설명했다.
PS5 프로는 67% 더 많은 연산 장치와 28% 더 빠른 메모리 속도를 갖춰, 최대 45% 빠른 렌더링을 구현한다. 고사양 게임에서도 4K 해상도에서 초당 6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PSSR 기술로 더욱 선명한 그래픽을 표현한다. 또한, 최신 레이 트레이싱 기술로 기존 PS5보다 두 배 빠른 빛 처리 성능을 자랑하며, 2TB SSD와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VRR 기능도 포함됐다. PS5 프로의 예약 구매는 9월 26일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PS5 프로의 가격은 699.99달러로 책정되었으며, 국내 출시가는 111만 8,000원으로 확정됐다. 2020년 플레이스테이션 5가 처음 출시될 당시 출고가(디지털 에디션 498,000원, 디스크 에디션 628,000원)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가격이 공개된 직후, 국내외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 웹진 IGN은 발표 직후 약 5만여 명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PS5 프로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73.6%의 이용자가 '너무 비싼 것 같다'라고 답변했으며, 18.9%의 이용자는 '약간 비싼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적당한 것 같다'와 '더 비싸도 될 것 같다'라고 답변한 누리꾼은 모두 합쳐 6%에 불과했다.
또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의 PS5 프로 공개 영상의 댓글에서도 많은 이용자들이 비싼 가격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700달러에 수직 스탠드와 디스크 드라이브도 포함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불만을 표했으며, 또 다른 이용자는 "유럽에서는 800유로인데 디스크 드라이브가 포함되지 않다니 말도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는 "소니의 모토는 '플레이에 한계는 없다 (Play has no limits)'지만, 이제는 '가격에 한계가 없다 (Price has no limits)'는 말이 맞는 것 같다."라며 비꼬는 댓글을 남겼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은 대부분 "100만원 넘는 게임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그 가격으로 차라리 게이밍 PC를 맞추겠다.", "안그래도 구매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가격 책정 때문에 편하게 포기하게 되었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BBC는 이번 PS5 프로 발표와 관련하여 "PS5 프로는 소니의 역대 가장 비싼 콘솔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게임 산업 분석가 피어스 하딩 롤스의 분석을 인용하며 "소니는 성능 개선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기존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추가적인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BBC는 PS5 프로가 소니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하면서도 높은 가격으로 인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테크 전문 블로그 매셔블 역시 비슷한 비판을 제기했다. 매셔블은 "PS5 프로의 가격이 '잔인하다(brutal)'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소니가 콘솔뿐만 아니라 듀얼센스 컨트롤러, PSN 요금제 등 모든 제품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가격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셔블은 또한 "디스크 드라이브가 빠진 데다, 수직 스탠드도 별도로 판매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기대를 저버린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게임 이용자들의 가격 부담은 게임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난 7월 자사의 게임 구독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패스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하며 논란이 되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패스의 가격을 기존 월 7,900원에서 9,500원으로, 게임패스 얼티밋을 월 13,500원에서 16,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게임 패스 코어의 연간 구독 요금도 46,800원에서 58,500원으로 인상되었다. 또한, 가장 저렴한 콘솔 요금제는 폐지되었으며 그 대신 새로운 요금제 '엑스박스 게임패스 스탠다드'가 새롭게 신설된다. 다만 스탠다드에는 클라우드 기능과 독점작 데이원 게임 제공이 사라지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가격은 오르면서 혜택은 더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게임패스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인수합병 후에도 엑스박스 게임패스의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적이 있어 비판은 더 커진다. 바뀐 요금제는 오는 12일부터 적용된다.
AAA급 게임의 가격 역시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인상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출시된 '디아블로 4는 9만 5,900원이라는 가격으로 발매되어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2024년 3월에 출시된 '드래곤즈 도그마 2' 역시 일반판이 9만 원을 넘는 가격으로 책정되며 최적화 문제와 함께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유비소프트의 '스타워즈: 아웃로'가 얼티밋 에디션의 가격을 14만 5천 원으로 책정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많은 게이머들은 일반 콘솔 게임 두 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강한 반발을 보였다. 이와 함께 게임 개발비의 증가를 이유로 들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임사들의 입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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