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시대다. 디지털과 친해지지 않으면 일상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그 차이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란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잘 사용하고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숫자로 표기한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라고 가정하였을 때,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9, 농어민 78.9, 장애인82.2, 결혼이민자 90.2로 사회적 취약계층 대부분이 일반국민보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낮을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는 원인으로는, 고령자의 감각·인지능력의 약화로 인한 낮은 정보처리능력, 경제적 여건으로 인한 새로운 디지털 기기 구입의 어려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기업이 주된 구매 대상을 ‘신기술수용성이 높고 이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집단’으로 설정함에 따라, 모바일환경, 키오스크 등 설계 시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이유도 제기된다.
실제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따라 키오스크가 사회 전 영역에서 크게 증가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 이용자의 불편 또한 커지고 있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키오스크 이용실태 조사’ 중 ‘연령대별 키오스크 불편 사례’를 보면 60대 이상은 ‘조작이 어렵다(53.6%)’ ‘검색이 어렵다(42.9%)’ ‘뒷사람 눈치가 보인다(41.1%)’ 인 반면에 20대는 ‘기기 오류(70.8%)’를 1순위로 지목했다.
현행법에서는 장애인‧고령자가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는 사례를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제보에 따르면 영화관에서 팝콘 구매시 키오스크와 직원 주문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팝콘·음료세트를 직원을 통해 주문하면 12000원으로 판매되는데,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천원을 할인해 11000원에 판매한다는 것.
제보자는 “평소엔 무심코 키오스크로 주문하다보니 이러한 차이가 있는지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사회적으로 보호해줘야하는 노약자, 장애인 같은 사람들에겐 어려운 키오스크로만 주문을 해야 할인을 해준다니,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비용을 더 부담하게 하는 것 같아 배려가 없어 보인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뿐 아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A씨는 카페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시도하다 음성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음료를 주문할 수 없었다. 직원을 통해 직접 주문하려고 했지만 키오스크 주문만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내년부터는 이러한 불편함이 조금 덜어질 모양이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은 디지털 취약계층이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을 겪을 시, 보조 인력 또는 실시간 음성 안내 등을 통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능정보화 기본법」의 신설된 제46조의2(장애인ㆍ고령자 등의 무인정보단말기 이용 편의 제공)는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자에게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거나 실시간 음성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2025년 3월부터 시행된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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