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온라인게임에 대한 초강력 규제를 시행한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 22일 온라인게임 관리 대책 초안을 내놓으며 내년 1월 시행을 예고했다.
해당 대책은 이용자가 온라인게임에 큰 금액을 소비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먼저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온라인게임의 하루 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또 월정액, 배틀 패스, 일일 퀘스트, 출석 보상, 10연속 뽑기 등의 각종 서비스와 과금 모델 역시 이용자의 지출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금지된다. 이에 더해 미성년자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며 뽑기 외의 방식으로 게임 재화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2일 규제안이 발표된 후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는 잇따라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발표된 이 전면적인 규제는 업계 종사자들과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했으며, 2021년 중국에서 앤트, 알리바바 등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잔혹한 단속을 떠올리게 했다.”라고 짚었다.
중국 최대의 게임사인 텐센트와 넷이즈의 경우 발표 당일 주가가 각각 16%, 28% 급락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이반 수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여러 인센티브가 사라지면 일일 활성 사용자와 인앱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게임회사는 게임 디자인과 수익화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규제가 초안대로 시행된다면 중국 게임 시장의 회복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게임 시장은 이어지는 고강도 규제로 지난해에는 10.3% 역성장했지만, 올해에는 14% 성장하며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게임들은 배틀패스, 확률형 아이템 등의 BM(수익모델)을 통한 수익이 크게 감소하고, 특히 상대적으로 ARPU(유저 1명당 지불하는 금액)가 높은 RPG(역할수행게임)들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여파가 커지자 중국 정부는 23일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초안이며, 관계부처와 기업,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해당 규제의 발표로 국내 게임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규제가 발표된 22일 국내 게임사들의 주식이 하락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2일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2′, 위메이드의 ’미르M‘,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X‘ 등 한국 게임을 포함해 외산 게임 40여 종에 판호를 발급했지만, 같은 날 고강도 규제가 발표되며 게임의 흥행이 규제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규 규제안은 P2W(Pay to win·이기기 위해 돈을 쓰는 방식) 성향이 짙고 확률형 BM이 과한 MMORPG 및 수집형 RPG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라며 "해당 BM 게임으로 중국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상장 게임사가 실질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26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한한령 등 이전의 경험으로 인해 이번 규제의 여파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에 시작된 한한령으로 이미 고강도 규제를 겪어본 국내 게임사들은 이에 대비를 해 왔으며, 다른 시장 개척을 위한 방법을 강구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규제의 여파가 덜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중국 정부가 판호를 열어주면서도 규제안을 발표하는 등 병주고 약주고가 이어지며 국내 게임계가 휘둘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냉정하게 국내 게임계의 체질 개선을 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타국의 게임 정책에 국내 게임계가 휘둘리지 않도록 국산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고 내실을 다지며 우리 콘텐츠의 자생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중국의 특성상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형태의 규제나 제재는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게임 규제를 한국 게임을 움츠러들게 만들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해왔는데, 이참에 이번 규제를 국내 게임계의 질적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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