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젊은 여성 인재를 발굴하며 증권가의 ‘여풍’(女風)을 이끌고 있다.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성별 다양성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증권가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지난 11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정기 인사에서 국내 법인 89명, 해외법인 8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세증권의 이번 정기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 여성 리더를 대거 발탁했다는 점이다. 특히, 김화중 PMW부문대표(1978년생)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미래에셋이 고객 자산관리 및 WM 글로벌 자산배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설한 조직인 PWM(Private Wealth Management)를 이끌게 됐다. 김화중 PMW부문대표는 향후 초고액 자산 고객의 자산관리를 중점적으로 맡게 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문지현 글로벌전략팀 상무(1984년생), 이제은 M&A팀 이사(1987년생) 등 80년대생 여성 리더들이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진에 합류했다.
금융권, 특히 증권가는 여성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남초’ 직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 평가의 중요 원칙으로 부각되면서, 증권사 또한 임원진의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지난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이 독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증권가에서도 여성 임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미래에셋증권 외에도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부 여성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2030년까지 여성 직원 비율을 50%, 여성 관리직 비율은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여성 직원의 경력이혼인, 출산 등으로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연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파트타임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
KB증권 또한 여성 경력 단절 방지 및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가족친화적 증권사로 꼽힌다. KB증권은 임신근로자의 단축·유연근무를 실시하는 한편, 연장근로를 차단하고 출산 전후로 법정 기준(90일)보다 많은 120일의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증권가에서도 재능있는 여성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최근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이코리아>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대신 등 10대 증권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10대 증권사 임원 562명 중 여성 임원은 49명, 8.7%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 수가 두 자릿수인 곳은 미래에셋증권(12명)뿐이다. 여성 임원 비율이 두 자릿수인 곳도 NH투자증권(12.7%), 신한투자증권(12.7%), 삼성증권(12.1%), 미래에셋증권(10.3%) 등 4곳 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49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이 단 2명으로, 10대 증권사 중 여성 임원 비율(4.1%)이 가장 낮았다.
여성 임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지난해 말 사임한 뒤로는 여성 대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은행권의 경우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강신숙 수협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등 3명의 여성 대표가 재임 중이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젋고 성장하는 금융그룹으로서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으로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끄는 여성 인재 육성 열풍이 증권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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