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주요 금융투자 및 경제기관의 보고서들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우리나라 수혜가 예상되는 주요 업종으로는 전통 에너지, 방산, 조선, 원자력, 반도체 등이 꼽힌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내 에너지 자립과 안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원자력 에너지 또한 친환경 전력 공급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 관련주와 방산업체는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은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맞춘 필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과 협력하는 한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선주 급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 본토(2, 3, 4함대) 물량의 수주까지 가능한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할 예정인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화오션의 경우 이미 지난 8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주둔하는 미 7함대의 군수지원함 1척 MRO 사업을 수주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대만 침공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함정 건조 및 MRO 역량이 충분치 못한 미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 조선업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 7함대 MRO 수주가 가능한 HD현대중공업과 미국 본토(2,3,4 함대) 물량까지 수주 가능한 한화오션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수혜주로 계속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 때 지연됐던 북미 LNG 프로젝트들의 대거 FID(최종투자결정)를 예상한다. 이에 따른 LNGC 물량은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할 가능성 매우 높으며, 중국에서 LNGC 건조 캐파가 가장 큰 후동중화조선의 납기 메리트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미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LNGC 수주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중국 조선업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 때 미 무역대표부(USTR)가 착수한 ‘중국 조선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한 연구원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해당 재료가 소멸되기보다 오히려 미 해군 함정 MRO와 더불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반도체 제조 강화 기조에 따라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업체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높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업황과 트럼프 정책의 교집합은 ‘AI+규제완화’”라면서 “현재 업황의 트렌드는 AI이고, 트럼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은 주로 ‘규제 완화’이다. 다시 말해서 AI 산업 중 ‘규제 완화’로 날개를 달 수 있는 업종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우주방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 다음 ‘바이오, 원전’ 등도 주목할 수 있다. 금융도 주목되는 업종인데, 최근 금리의 오버슈팅을 고려하면, 내년 봄쯤을 주목한다”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의 경우 웨이모의 LA 지역 서비스 개시와 테슬라의 로보택시 계획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는 LA 전역에서 24시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개시하여 자율주행 대중화를 추진 중이다. 웨이모 앱을 통해 호출이 가능하며, 약 30만 명의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소비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모는 이미 2000만 마일 이상의 자율주행 거리를 운행하며 신뢰도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테슬라는 저비용 하드웨어와 확장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3만 달러 이하에 자율주행차를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일당 운영비용도 낮아져 대규모 차량 운영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여지를 넓히고 있다.
또 유럽과 중국, 한국 등지에서도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신뢰도 개선과 상용화를 촉진하고 있다. 한국의 카카오모빌리티도 시범 운영을 통해 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상용화가 관련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HL만도, 현대모비스, LG이노텍,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정KPMG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이 국내 조선과 건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주요 정책을 반영한 키워드 ‘T.R.U.M.P’를 제시하며 무역 정책 변화, 제조업 강화, 불확실성 증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과의 디커플링 전략을 통해 미국 노동자 보호 및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와 조선에 대해 "화석연료 생산 증가와 ESG 규제 완화가 예상되며, 이는 한국 기업의 ESG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이 LNG, LPG 등 운반선 수요를 증가시켜 국내 조선업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업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방위비 부담 요구 증가로 인해 한미 방산 협력에 불확실성이 있으나, 자주국방 강화 기조는 한국 방산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 중심의 AI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가 예상되며, 한국 AI 기업들은 미국과의 협력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글로벌 공급망 구축, 수출국 다변화 등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향후 코스피는 약세 흐름을 예상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정정책 중 감세와 국채 발행 감안 시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따라온다. 이는 원화 약세를 자극해 외국인 매도물량 출회를 자극하는 부정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서도 “지수는 부진해도 업종 차별화는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산업 중 인프라, 방산, 제약/바이오, 조선, 금융 등의 강세를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또 “반면 피해 업종도 명확하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좌초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등이 폐지되면 정부 보조금이 산업 성장을 견인했던 전기차, 2차전지의 투자매력이 약화될 수 있다. 반도체도 각종 지원 종료로 대규모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대선 직후에는 기존 주도주 중 9~10월 2개월 연속 기관의 순매도가 이어진 동시에 수익률이 부진했던 조선, 일부 제약바이오 업종이 선제적으로 반응했다”며 “해당 업종들은 주도주 중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긍정적인 업종인 동시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친기업적 정책에 편승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으로 기관 수급이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호텔레저, 화장품 업종 내에서는 11월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소비 이벤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들의 선별적인 강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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