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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계엄 여파에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 우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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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코스피가 하락한 4일 서울 중구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3일 밤 선포됐다가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정치테마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5일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10.17포인트(△0.41%) 하락한 2456.80, 코스닥은 1.61포인트(△0.24%) 하락한 675.54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계엄이 선포된 뒤 약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4일 증시가 정상 개장했지만, 이날 코스피·코스닥은 각각 전일 대비 1.44%, 1.98% 하락하며 45년 만의 계엄으로 인한 충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를 떠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3일 국내 증시에서 7969억원을 순매수했으나, 4일 계엄 해제 후 증시가 개장하자 4234억을 순매도하며 하루 만에 포지션을 바꿨다. 5일 1시 현재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865억원을 순매도 중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불과 2거래일 만에 매도 규모게 1조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계엄의 영향은 섹터별로 차별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정책과 연관된 섹터의 경우 낙폭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강력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 동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와 연관된 ‘대왕고래 테마주’, 현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인 원자력발전 관련주 등은 모두 다른 섹터에 비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KRX은행지수는 지난 3일 969.29에서 4일 927.31로 41.95포인트(△4.33%) 하락하며, 코스피 하락률(△1.44%)을 초과했다. ‘대왕고래 테마주’ 중 대장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도 이날 전일 대비 18.75%나 하락한 3만3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전주로 분류되는 두산에너빌리티(△10.17%), 한국전력(△8.22%)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계엄의 여파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이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및 야간 선물 시장 등의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해외 사례에서도 계엄 선포에 따른 증시 영향은 길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태국 계엄령 발동 당시 SET 지수는 1.6% 하락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고, 바트화 환율도 1.2% 절하된 후 일주일만에 원래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 2016년 터키 계엄령 발동 당시에는 BIST 지수가 13% 하락하고 리리화 환율이 6% 절하됐으나, 열흘 만에 원래 가격 추세로 복귀했다.

 

한국의 경우 1979년 이후 지난 3일 윤 대통려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계엄령이 발동된 사례가 없지만, 가장 비슷했던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살펴보면 국내 증시는 일시적으로 침체했다 곧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코스피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2016년 12월 2일 1970.61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9일 2024.69로 54.08포인트(2.7%) 올랐다. 태블릿 PC가 보도된 10월 25일 이후 지속된 약 한 달간의 하락세 또한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11월 9일)의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여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만큼,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가 예상보다 긴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투자증권은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국정 불안 요인까지 남아있다”라며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가 우려되며, 연말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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