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탄핵 국면에 따른 정부 공백으로 인해 방산업체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산업계는 B2C나 B2B 기업들과 달리, 정부 간 계약 성격이 강해 국가 신뢰도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정상들의 방산업체 방문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었으며, 방산 관련 주식은 평균 16.37% 하락했다.
최근 K-방산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국가전략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K-방산의 수출 규모는 최근 급격히 증가 추세다. 지난 2020년 30억달러(4조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200억달러(26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4사가 수출 물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모두 전투기·자주포·전차 등의 대규모 해외수주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9월 이라크와 약 3조7000억 원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양국 정부 간 협의가 있었기에 수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정상회담 등 지원을 통해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미래 성장동력 방산수출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방사청은 수출된 무기체계의 정비용 수리부속품에 대해선 수출 허가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비용 수리 부속을 다시 수출할 경우 수출 허가 면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까지 확대하고, 수출 허가 면제 품목도 확대할 방침이다.
국방과학기술 수출 허가 심사 기간도 현재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기술보유 기관의 자체 기술이전 승인 기준도 완화할 계획이다.
또한 방산 분야 첨단기술 R&D(연구개발) 투자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비율도 기존 20%에서 3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절충교역시 중견기업 우대, 국방과학기술료 산정방식 개선 등 과제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방산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간 거래(G2G)가 중요한 방산 수출에서는 정치적 안정과 대외 신뢰도가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수리온 헬기 시승을 위해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귀국했다. 또 지난 5~7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신속한 위기관리 및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이날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 임박한 계약 건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다. 다만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 향후 협상시 정부 컨트롤 타워 측면에서 도움을 받아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K-방산의 기술력과 글로벌 신뢰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나 정부 공백이 길어질 경우 내년 수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불안하다. 첫째는 정부간 거래라 금액이 커서 정부간 신용보증이 있어야 된다. 정부의 카운터파트너도 중요한데, 탄핵정국에서는 이것이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방산이 강한 분야가 또 가성비인데, 그 안에는 사실 제품 및 국가 신용도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탄핵정국에서 그 부분에 대한 훼손이 일어났다”며 “지금 수주와는 상관 없지만 향후 수주에 대해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위산업 쪽이 내년이 조금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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