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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계엄 증시에 이탈하는 외국인, 일부 종목은 매수...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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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가운데, 일부 종목은 오히려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날인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7026억원을 순매도했다. 6일까지만 해도 사흘 만에 1조원을 매도했던 외국인은, 9일 3113억원을 순매수하며 이탈을 잠시 멈췄으나 아직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가 멈췄다고 확신하기는 이르다. 

 

다만, 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해외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서도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 모습이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9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4거래일간 1547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반도체 관련주인 삼성전자는 3605억원 순매도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수급이 몰리면서 하이닉스 주가도 국내 증시의 침체된 분위기와는 달리 오히려 상승했다. 코스피는 지난 3일 2500.10에서 9일 2360.58으로 139.52포인트(△5.6%) 하락한 반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16만4900원에서 9일 16만8900원으로 4000원(2.4%) 올랐다. 

 

계엄으로 인한 증시 침체 속에서도 하이닉스에 외국인 수급이 몰리는 이유는 역시 인공지능(AI) 메모리 분야에서의 경쟁력 때문으로 보인다. 이수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특정 작업에 맞춰 설계가 가능한 주문형 반도체(ASIC)를 활용한 AI 효율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빅테크의 수요에 맞춘 커스텀 HBM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SK하이닉스는 HBM4의 베이스 다이 제작을 위해 TSMC와 협업하여 3나노(맞춤형), 12나노(범용)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3D 패키징 공정이 적용되는 만큼 베이스 다이 역시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HBM4 경쟁력을 공고히 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가 반도체주 상승세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둔화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등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그리고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며 “이와 같은 국내외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06억원)였다. 방산주는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만큼 정치적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 최근 계엄 사태로 폴란드 정부의 K2 전차 추가 구입 계약의 연내 체결이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방산주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외국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지난 10~11월 두 달 연속으로 순매수해온 만큼, 기존 선호주에 대한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국인은 계엄 해제 당일인 4일을 제외한 5~9일 3거래일 연속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순매수했다.

 

그 밖에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종목은 네이버 1118억원, 두산에너빌리티 824억원, 현대로템 727억원. 포스코홀딩스 543억원, JYP엔터테인먼트 430억원 등이었다.

 

한편, 급격하게 확대되던 외국인 매도세가 한풀 꺾이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높아지고 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탄핵 정국 불확실성 잔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 공백으로 향후 코스피 낙폭 확대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국내 증시 추세 전환의 트리거로 작용했던 외국인 수급 개선세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연구원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기존 외국인 순매도 상위 업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급 순환매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며 “이러한 외국인 수급 개선 폭은 내년 3월 말로 예상되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연구원은 이어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 부진 우려도 상당 부분 반영됐으며, 외국인은 이미 올해 상반기 코스피 누적 순매수 규모를 거의 되돌린 상태”라며 “여야 합의 지연으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외환·증시 모두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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