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과 관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유고 상황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헌법에서 대통령 유고 상황은 ‘궐위’나 ‘사고’로 나눠 상정하고 있다. 궐위는 파면, 사망, 사임 등으로 대통령직이 공석이 된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을 궐위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국 헌법상 ‘사고’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문제가 된다. 사고는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지만, 질병, 요양,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인한 권한행사 정지 등으로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구속의 경우 과거 판례로 확정된 전례가 없고 유권해석이 확립된 상태도 아니라는 점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국내 헌법‧행정법 연구자들 131명’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촉구 성명을 내며 “(윤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는) 모두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지 않는 위헌‧위법의 불법행위이며, 나아가서 국헌문란과 폭동을 구성하여 내란죄의 혐의마저 야기하는 폭거”라고 규정하면서 “명백하게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중대한 헌정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은 주권자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것으로 한시도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방승주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이는 헌법상 사고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방 교수는 “헌법 제71조의 핵심 취지는 대통령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다.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도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내란죄는 매우 위중한 범죄기 때문에 긴급체포, 구속도 가능하다.”라며 “구속되면 거기서 국무회의를 할 수가 있습니까? 국군통솔을 할 수 있습니까? 외교를 할 수 있어요? 외교 사절을 접수하고 그다음에 조약 체결 비준하고. 혹자는 감옥에서도 옥중 결재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지금 이 상황을 보게 되면 전혀 적합하지 않은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계엄의 이유로 반국가 세력에 대한 척결을 들고 나왔던 건 국가가 자기 본인 자신이었던 겁니다. 짐이 곧 국가였던 거예요. 그분은 왕정 시대의 사고가 묶여 있거나 박정희 총통 시대에 사고가 묶여 있던 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반국가 세력으로 몰고 이들에 대해서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본 겁니다. 그런데 그분이 옥중에서 계속 국정을 처리하게끔 만든다고요?”라며 “헌법학자 시각에서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국헌법학회장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지난 10일 제31대 한국헌법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조재현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 상황은 예전 지방자치단체장에 내린 판례를 비추어 볼 때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고라고 보기에 애매한 부분은 있다. 그런데 지자체장과 대통령과는 권한의 행사에 차이가 있고, 또 범죄의 혐의가 내란죄인 만큼 법리에 조금 맞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그대로 행사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라며 “지자체장의 경우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통제장치가 있지만,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법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을 계기로 사고에 준하는 권한대행 사유의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사고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고는 대통령이 있으나 직무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라며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구속 기간이 있어 구속을 장기화하기 어려운 데다, 구속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권한대행은 국무총리가 우선 맡게 된다. 기재부 장관, 교육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순으로 내려간다.
경찰은 모의에 가담만 해도 내란죄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당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가담 정도를 판단할 계획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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