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새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파두 사태’ 뒤에도 ‘뻥튀기 상장’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인 교육 컨텐츠 기업 데이원컴퍼니는 전일 대비 130원(△1.87%) 하락한 68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증시에 입성한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첫날 1만760원에 거래를 시작해 공모가(1만3000원) 대비 40%나 하락한 7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하락세를 이어가던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한 달여 만에 공모가의 절반(△47.6%) 수준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 가운데 주가 부진에 빠진 곳은 데이원컴퍼니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인슈어테크(보험·기술의 합성어) 기업 아이지넷의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3645원으로 공모가(7000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달 23일 상장한 축산물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글로벌(상장명 미트박스) 또한 공모가(1만9000원)의 절반 수준인 1만20원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최근 상장한 새내기주는 대체로 주가가 부진한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상장한 92개 기업(리츠·스팩 및 이전상장 등 제외) 중 공모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곳은 이날 기준 37개에 불과했다. 54개 기업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하락했으며, 동방메디컬 한 곳은 공모가와 같은 수준의 주가를 유지했다.
공모주의 주가수익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상장 후 6개월이 지난 44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곳은 18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한 곳은 26개로 1.4배 더 많았다. 상장 첫날 주가 등락률이 플러스(+)인 곳과 마이너스(-)인 곳의 비율은 59대 32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공모주 부진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에 대해 환매청구권 행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매청구권은 공모주 청약을 통해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가 상장 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증권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데이원컴퍼니와 아이지넷의 경우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에 참여한 주주들에게 환매청구권을 제공한 경우다.
만약 데이원컴퍼니 일반 청약자가 모두 환매청구권을 행사한다면, 데이원컴퍼니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34만250주를 공모가의 90%인 1만1700원에 인수해야 한다. 26일 종가 기준 약 17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이지넷 상장을 주관한 한국투자증권 또한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 50만주 전부에 대해 환매청구권이 행사될 경우 13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3년 ‘파두 사태’ 이후에도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를 높여 상장하는 ‘뻥튀기 상장’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팹리스 업체 파두는 지난 2023년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입성했지만, 같은 해 2·3분기 매출이 각각 5900만원, 3억2000만원으로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파두 일반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기업과 주관사가 매출 급감을 숨기고 뻥튀기 상장을 한 것 아니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파두와 주관사 NH투자증권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파두의 지난해 매출은 435억원으로 상장 직전 해의 약 80%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영업적자가 전년 대비 62.3%나 늘어난 950억원을 기록했다.
상장기업과 주관사에 의한 공모가 거품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데이원컴퍼니의 경우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매출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매출비율(PSR)을 사용했다. PSR은 아직 이익은 내지 못하지만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등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데이원컴퍼니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지난해 3분기 매출 978억원을 기준으로, 비교기업 7곳의 평균 PSR 3.33배를 곱한 뒤(4338억원) 할인율을 적용해 2984~3622억원의 기업가치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데이원컴퍼니와 사업연관성이 떨어지는 영화·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등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공모가를 부풀렸더닌 지적을 받았다. 결국 수요예측 부진을 거쳐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 41% 낮은 수준으로 공모가가 책정됐지만,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상장기업과 주관사가 유리한 지표만 적용해 공모가를 부풀렸다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확산하면서, 업계의 자정 노력과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상장 예정인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매출급감 사실을 숨기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려서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를 위해 상장예정기업에 대한 사전 심사‧감리를 확대하는 한편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고 매출 등 영업실적이 급감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 심사·감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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