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제2고로 개수(설비 교체)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이 2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로 개수 추진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이코리아]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제2고로 개수(설비 교체)를 두고 기후 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는 만 11~18세 청소년 10명으로, 이 중 대다수는 제철소 지역 출신이며, 두 명은 광양 제2고로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27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을 통해 포스코를 상대로 고로 개수 중지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후솔루션, 광양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소송 제기 사실을 알렸다. 이 자리엔 포항, 대구,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청소년 원고 6명도 참석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청소년 원고들은 기자회견에서 “미래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생각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연소 원고인 김유현(12) 군은 “내가 좋아하는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기업 단위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좀더 미래지향적이고 과감한 결단을 통해 사라져가는 봄과 가을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조민준(16) 군 역시 “고로 폐쇄는 탄소 배출을 줄여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생 최현준(18) 군은 “포스코가 고로를 폐쇄하기는커녕 오히려 개수를 하겠다고 한 소식은 충격적이었다”며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소년의 목소리를 어른과 동등하게 듣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포항에서 직접 청소년 환경단체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김정원(19) 씨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가고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뛰놀 때마다 포스코의 굴뚝 연기를 보며 자랐지만, ‘철강도시’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다”며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을 선도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고로 개수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환경 파괴에 가담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철소 지역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포스코의 교육과 실제 행보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다. 포항에서 온 이주원(14) 군은 “포스코가 지원하는 학교 수업을 들으며 탄소중립에 신경 쓰는 기업이라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포스코는 정작 고로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군은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환경 교육보다 고로 개수 중지를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스코의 고로 개수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오히려 지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김정원 씨는 “전 세계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지금, 포스코의 고로 개수 강행은 투자 배제와 관세 폭탄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포스코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포스코가 국내 탄소 배출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광양 제2고로 개수가 완료되면 수명이 15년 이상 연장되며, 이 기간 동안 누적 탄소 배출량은 1억 3702만 톤(137.02MtCO₂)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약 980만 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진앤리 법률사무소의 김홍균 변호사는 “국가와 더불어 기업 또한 환경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며 “포스코가 여전히 고로를 유지하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리걸팀 김예니 변호사는 “고로 개수는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15년 이상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국제적 규범 및 국가와 시민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를 외면하는 행위이므로 민사상 공사 중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제2고로 개수(설비 교체)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이 2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소장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이날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사진=기후솔루션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는 청소년 원고 6명이 소장 표지를 확대해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포스코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이날 소장은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정식 접수됐다.
한편, 이번 소송은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인정한 이후, 기업의 책임을 묻는 첫 번째 사례다. 또한, 기존 고로 생산 방식의 문제를 법적으로 다룬 세계 최초의 기후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포스코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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