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CT

한국 망사용료에 태클 거는 美 무역대표부, 시장 반응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9.
728x90
= 미국 무역대표부 누리집

미국의 정부 기관인 무역대표부가 한국의 망 사용료를 반경쟁적이라고 지적하며 망 사용료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 29일 대외 무역 장벽에 관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펴내며 한국의 경우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일부 한국 ISP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자체로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하므로, 결국 망 사용료는 한국의 주요 3대 ISP의 과점 체제를 강화하는 반경쟁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세 번째다.

미국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반발해 왔다. 무역대표부는 지난 2022년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망 사용료 법이 미국 기업을 특정해 규제하고 있으며 이는 무역의 기본 원칙인 내국민대우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2022년 9월에는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미국 주요 ICT 기업이 소속된 미국 컴퓨터통신 산업협회 (CCIA)가 망 사용료 법안이 한미 FTA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CCIA는 ‘한국의 망 사용료 입법이 한미 양국 간 디지털 교역을 위협한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가 결국 한국 콘텐츠 사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의 망 사용료 논쟁은 지난 2020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 지불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며 본격화되었다. 국내 통신업계는 소수의 해외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대다수를 점유하며 한국의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로 글로벌 CP는 국내 서비스 제공업체에 별도의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더해 국내 콘텐츠 업계가 망 사용료가 K-콘텐츠의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등 찬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8개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국정감사에서 망 사용료 도입 문제가 논의되는 등 정치권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망 사용료 도입 반대 서명이 25만 명을 넘기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에서 신중론이 부상하며 결국 정치권에서의 망 사용료 논의는 지지부진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법정 공방을 벌이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9월 분쟁을 끝내고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개별 기업들 역시 망 사용료 논쟁을 종결시키는 분위기였다.

= 트위치 누리집

 

이후 지난해 12월 아마존이 보유한 글로벌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망 사용료를 이유로 한국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며 망 사용료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트위치 사업 철수의 이유로 "망 사용료 비용 때문에 한국 시장이 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더 큰 손실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클랜시 CEO는 "화질을 480p까지 낮추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경우 지연시간이 늘어나 적절하지 않고, 규제 문제도 있다."라고 한국 서비스 중단에 대해 설명했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2022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치는 연 5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 세계적인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기업(CDN)인 클라우드플레어 관계자가 한국의 망 사용료가 전 세계 다른 지역의 30배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리사 스타작 클라우드플레어 법률책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 비용은 세계 다른 지역의 20~30배 수준으로 매우 높다.”라며 “네트워크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피어링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용을 부과하지 않지만, 한국은 망 연결 시 한 쪽이 비용을 내는 ‘페이드 피어링’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통신업계는 트위치가 철수한 이유는 단순히 트위치의 경쟁력 저하로 인한 사업 실패 때문이라며 망 사용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망 사용료는 (해외에 비해) 비싸지 않으며, 트위치 국내 서비스 종료의 근본적 원인은 '경영 실패'로 인한 것이다."라며 트위치 철수의 원인으로 세계적인 매출 감소와 이로 인한 인력 감축, 스트리머 수익 축소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조정을 들었다.

= 뉴시스

한편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의 기업들이 전 세계 인터넷 사용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럽 역시 망 사용료 부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럽 의회는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망 공정 기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빅테크 기업이 대부분의 트래픽을 생성하고 인터넷 경제의 혜택을 대부분 누리면서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형 통신 사업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발신자 지불 이니셔티브를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빅테크가 유럽 지역의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월에 열린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기기 박람회 MWC에서도 망 사용료 문제가 논의되었다. 업계에 따르면 MWC를 주최한 GSMA 이사회 산하 정책그룹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투자 공정 분담 방안을 아젠다로 제시했으며, 특히 보다폰과 텔레포니카 등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이 이에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호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