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급한 보조금 규모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금액인데,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 규모를 두 배 넘게 늘리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공식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텍사스 첨단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위해 반도체법에 의거해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첨단 메모리와 첨단 로직 기술 모두를 선도하는 유일한 첨단 반도체 기업인 삼성은 향후 수년 동안 이 지역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투자 제안은 2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몬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Invest in America·미국에 투자)’ 의제에 따라 또 한 번의 역사적 투자를 기념하게 됐다”며 “이로써 세계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발표한 경제 정책으로, 미국 내 인프라와 제조업, 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에 투자를 통해 경제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 세계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촉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이날 삼성 아메리카 공식 성명을 통해 “단순히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미국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예상되는 미국 고객의 수요 급증에 맞춰 AI 칩 등 미래 제품을 위한 팹은 최첨단 공정 기술을 갖추고 미 반도체 공급망에 보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반도체 보조금은 인텔 85억 달러, TSMC 66억 달러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 이어 추가 반도체 공장과 연구 시설을 짓는 등 오는 2030년까지 기존 계획의 두 배가 넘는 약 45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4나노미터와 최첨단 2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조립과 연구 개발까지 미국 내에서 한꺼번에 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오는 2026년부터 4나노미터와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하며, 두 번째 공장은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는 계획 아래,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 정부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대출 지원 750억 달러를 책정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지 건립을 적극 유치했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 지연,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축비 및 인건비 상승으로 투자는 잠정 보류되었다.
미국 보조금을 받으면 국방 분야까지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반도체 공급이 가능해지지만, 중국 내 사업 확장은 제한된다.
미국은 최근 자국 기업 인텔과 대만 기업 TSMC에 각각 85억 달러와 66억 달러의 보조금과 대규모 저리 대출 지원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3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모도 예상보다 상향되면서 3사의 미국 총 투자 규모 역시 증액됐다.
구체적으로 인텔은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85억 달러를, 650억 달러를 투자하는 TSMC의 보조금은 66억 달러다. 이 가운데 삼성은 64억 달러로 가장 적다.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로 보면 인텔과 TSMC는 각각 8.5%, 10.2%인 반면 삼성전자의 비율은 14.2%로 가장 높다.
때문에 미 상무부가 당초 내세웠던 ‘투자액에 비례한 보조금’이라는 원칙에 예외를 둔 큰 규모의 지원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1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보조금 지급에 있어 투자금액 대비 비율이 있다. TSMC나 인텔의 투자금액보다 삼성전자의 투자금액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았다. 소위 환율 우대처럼 우대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삼성전자에 대한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 결정과 텍사스 반도체 공장 확장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칩 생산의 최종 단계인 첨단 패키징 시설 건설이란 점에서 보안 이슈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종합반도체기업이라 전체적인 생태계를 한 번에 구축 가능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 메리트가 있다”면서 “또 삼성전자가 첨단 패키징 공장을 따로 짓는 부분에 있어서 외국으로 칩이 나갔다 들어오는 게 아닌 미국 내 일괄 생산되면 보안 문제가 클리어 되어 (우대) 평가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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