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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홍콩 ELS 차등배상 철회 청원 1만명 돌파...투자자 반발 거세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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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갈무리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이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지만, 배상기준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차등배상안을 철회하라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한 만큼, 배상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홍콩H지수 ELS를 대규모로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모두 이사회를 통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에 나선 상태다. 

 

우선 하나은행이 지난달 29일 ELS 판매 은행 중 처음으로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 일부에게 배상금을 지급했으며, 신한은행도 이달 4일 약 10명의 투자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완료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 16일 ELS 계좌 2건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율배상이 금융당국의 기대대로 빠르게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기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판매사와 투자자별로 가감요인을 고려해 각 사례에 따라 배상비율을 개별적으로 정하는 차등배상안을 제안한 바 있다. ELS 투자자의 금융취약계층 여부, 투자경험, 금융상품 이해능력, 과거 ELS 수익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비율을 산정하겠다는 것. 금감원은 배상비율이 대부분 20~60% 범위 내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원금 전액을 보장하라며 일괄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의 배상기준안 발표 후 홍콩 ELS 손실사태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00% 배상이 결정되기 전까지 절대 은행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배상안 철회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17일 낮 12시 현재 해당 청원에는 1만2740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홍콩 ELS 사태에 대한 차등 자율배상안을 납득할 수 없다”라며 “열심히 살아가며 모아온 목돈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은행이라는 기업 속 직원들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반토막도 모자라 더 큰 손실로 돌아오는 것도 피를 토할 일인데 원금을 배상하기는커녕 차등배상으로 피해자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 “홍콩 ELS 사태는 은행직원들에 의도된 사기성이 보임에도 정부는 외면하고 원금회복은커녕 같은 피해자인데 차등 지급 당하도록 뒷짐 지고 있다”라며 “원금만이라도 은행에서 보상받을수 있도록 피해자들을 살펴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금융당국의 배상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은 지난달 14일 공동논평을 내고 “금융기관의 탐욕과 감독 당국의 방치에서 비롯된 홍콩 ELS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 채 판매사의 위법한 판매, 내부통제의 부실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라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합당하고 완전한 배상기준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배상기준에 비해 오히려 퇴보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금감원 배상기준안이 판매사 책임에 따른 기본 배상비율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반면, 투자자별 요인 비중은 크게 높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홍콩 ELS 사태의 기본 배상비율은 20~40%로 과거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대폭 강화된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 및 절차를 무시하고 발생한 홍콩 ELS 사태에서 (법 시행 전 발생한) DLF 사태와 동일한 기본 배상비율을 책정했다”라며 “금융소비자법 시행 전후의 제도적 변화를 무시한 것이고, 금융기관이 부적절한 성과지표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는 책임 소재와 책임의 크기에도 비례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별 사례의 특수성을 고려해 배상비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금감원은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최대 ±45%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DLF 배상기준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DLF 사태에서는 투자자의 투자 경험의 여부에 따라 배상비율을 5~10%까지 차감할 수 있도록 했으나, 홍콩 ELS의 경우 2~25%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금감원이 법적 분쟁의 장기화를 피하고 사적 합의를 통한 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마련했다는 배상기준안은 ELS 사태의 본질과 동떨어져서 기준안 마련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라며 “완전한 보상원칙에 기반한 합당한 기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영업점 응대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1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자율배상 절차를 오는 22일로 연기했다. 차등배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홍콩 ELS를 둘러싼 갈등이 조속히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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