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공매도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공매도 재개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공매도 외에도 여러 문제가 산적한 만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지수 제공 업체 MSCI는 오는 20일 연례 국가별 시장 분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신흥국지수에 속해 있는 한국이 이번 발표에서 선진국지수로 편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MSCI는 지난 6일 발표한 연례 시장 접근성 리뷰(Market Accessibility Review)에서 한국이 지난해 11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사실을 지적하며 공매도 접근성을 ‘플러스(+)’에서 개선이 필요한 ‘마이너스(-)’로 변경했다.
MSCI가 한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공매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지적해왔다. 실제 MSCI는 지난 2021년에도 한국 주식시장을 분석하며 공매도 정상화 스케줄 부재를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꼽은 바 있다.
선진국지수 편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한국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제3차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3차’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상무)은 “이미 많은 헤지펀드들이 한국시장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서 롱숏 플레이를 하고 있다”라며 “전면 금지 후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톱5~10의 거래를 허용하면서 흐름을 파악하고 베타 버전을 적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시스템 개발을 내년 3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는데, 일정대로라면 연내 공매도 재개가 어렵다. 공매도 정상화가 조건이라면 사실상 이번 시장 분류에서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MSCI가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로 지적한 것은 공매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선진국지수 편입 실패 당시 MSCI가 발표한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18개 평가항목 중 6개 항목에서 개선이 필요한 ‘마이너스(-)’ 평가를 받은 바 있다.
6일 발표된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도 한국 증시는 같은 평가를 받았다. MSCI가 지적한 것은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 및 결제 ▲이체성 ▲투자 상품의 가용성 등이다. 특히, MSCI는 공매도 외에도 24시간 원화 거래가 가능한 역외 외환시장 개설을 선진국지수 편입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 때문에 정부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외환시장 개방 및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부터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사(RFI)의 국내 외환시장의 직접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다만 MSCI는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대해 시행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평가를 보류하고 있다. MSCI는 이번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도 “역외 외환시장이 부재하며 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제약도 여전하다”라며 “진전된 부분도 있지만, 해당 정책이 전면 시행된 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그 영향을 철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문 공시에 대해서도 “개선된 점이 있지만 항상 이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동등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금융당국이 30년간 지속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법인에게 부여되는 표준화된 ID인 LEI를 이용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LEI 사용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을 단순화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등록 절차의 용이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정상화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공매도 정상화가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유일한 선결과제가 아닌 만큼,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정책 효과를 재검토하고 세부 방안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목표로 삼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포르투갈(1997년), 그리스(2000년), 이스라엘(2009년) 등은 모두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를 봤지만, 증시의 방향은 서로 달랐다. 포르투갈의 경우 연 4%대의 성장기와 선진국지수 편입이 맞물려 상승랠리가 나타난 반면, 그리스는 9·11 테러 등의 지정학적 변수와 글로벌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오히려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MSCI 선진국 편입 시기에 나타난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단순히 편입 이슈로 설명할 수 없다. 자금 유입은 궁극적으로 복합적인 매크로 및 금융시장 환경이 달려 있는 문제”라며 “MSCI 선진국 편입이 결코 증시 레벨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핵심은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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