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상시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우리금융지주가 발을 빼면서 새 인수자 물색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JKL파트너스는 JP모건을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4월부터 예비입찰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본입찰을 진행했다. JKL파트너스는 이번 본입찰에 참여한 투자사들과 매각 조건에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향후 상시로 본입찰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외 투자사들과 접촉해 매각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JKL파트너스는 가격뿐만 아니라 여러 정성적 조건에 대한 협의가 의뤄질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손보 매각 방식이 상시매각으로 전환되면서 새 인수 후보를 물색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우리금융이 인수전에서 물러나면서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를 품을 잠재적 인수자로 가장 많이 거론된 곳이다.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보험·증권 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은 은행 실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보험·증권사 인수를 오랜 기간 추진해왔고, 어느 정도 업계에서 입지를 다진 중견 손보사인 롯데손보는 우리금융의 필요에 부합하는 매물이었기 때문.
실제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예비입찰 과정에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인수 의지를 보였으나, 지난달 28일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이 철수한 이유로는 롯데손보의 ‘몸값’이 꼽힌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 가격으로 약 2조원 이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롯데손보 시가총액(10일 기준 8984억원)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최근 롯데손보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해 영업이익 3963억원, 당기순이익 3016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영업손실 1251억원, 당기순손실 992억원)의 부진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가장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보험계약마진(CSM)이 올해 1분기 기준 2조4306원까지 확대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2020년부터 자동차·저축성보험 비중을 축소하고 장기 인보험 영업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내실을 다져왔다.
다만 최근 건전성 지표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실제 롯데손보의 신지급여력비율은 1분기 기준 185.92%로 전분기(213.20%) 대비 27.28%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 권고기준(150%)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손보업계 평균이 20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불안정한 투자부문 수익도 롯데손보 기업가치를 저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롯데손보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투자부문에서는 727억원의 손실을 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롯데손보의 후순위사채를 A-(안정적) 등급으로 평가하면서, “운용자산의 리스크가 업계 및 피어(Peer)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이어 “ 2023년말 위험자산 비중이 42%로 업계평균(38%)을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수익증권(대부분 대체투자) 비중이 높다”라며 “투자성과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전체 수익성 변동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전히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금융지주사가 적지 않은 만큼, 새 인수 후보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신한·하나금융 등은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업계에서의 입지가 불안정한 상태다. 신한EZ손해보험(2022년 출범)과 하나손해보험(2020년 출범) 모두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만약 우리금융이 아닌 다른 금융지주사가 인수전에 관심을 보일 경우, 결국 매각 가격이 공식적인 인수전 참여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상시매각으로 전환한 롯데손보가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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