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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빗썸, “예치금 이자 4% 인상” 하루 만에 철회...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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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간 예치금 이용료율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2위 거래소 빗썸이 이용료율을 타 거래소 대비 2배 가까이 상향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빗썸은 24일 공지를 통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추가 검토할 사항이 발견돼 예치금 이용료 연 4% 상향 조정에 관한 안내를 철회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앞서 빗썸은 지난 20일 원화 예치금에 대해 연 2.2%의 이용료를 지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 예치금에 대한 이용료 지급이 의무화됐기 때문. 이후 빗썸은 23일 “업계 최고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라며, 제휴은행인 NH농협은행이 제공하는 2%의 이자에 빗썸 자체적으로 2%를 추가해 4%의 이용료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빗썸이 이처럼 이용료율을 급격하게 인상한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 간 경쟁 때문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처음 예치금 이용료율을 밝힌 업비트는 연 1.3%의 금리를 제시했으나, 업비트 공지 1시간 뒤 빗썸이 2%의 예치금 이용료율을 발표하면서 거래소 간 이용료율 인상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업비트는 빗썸 공지 후 곧바로 이용료율을 2.1%로 인상했고, 빗썸 또한 이에 질세라 이용료율을 2.2%로 상향한다고 재공지했다. 1.5%의 이용료율을 제시했던 코빗 또한 이를 2.5%로 1.0%p 인상하면서 19일 밤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벌어진 거래소 간 이용료율 경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흘 뒤 빗썸이 다시 이용료율을 연 4%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거래소 간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빗썸이 상장을 앞두고 실적 개선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빗썸은 지난해 11월 “자본시장의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그 동안 제기되었던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검증받겠다”며 기업공개(IPO)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빗썸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5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IPO 전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수수료를 무료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90% 이상을 점유했던 업비트의 점유율이 60%대로 내려왔고, 빗썸도 지난해 말 50.3%의 점유율을 올리며 잠시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수료가 매출의 전부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유지하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 빗썸은 지난해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74.5%나 감소했다. 

 

올해 2월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중단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업비트와의 격차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빗썸은 올해 1분기 매출 1382억원, 영업이익 621억원, 당기순이익 91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부진을 씻어냈지만,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는 다시 2배 이상 벌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4일 오후 1시 현재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8985억원(27.1%)으로 업비트(2조3426억원, 70.8%)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간 경쟁에서 차별화된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요소는 거래수수료와 예치금 이용료다. 빗썸은 1분기 실적 반등으로 체력을 회복한 만큼, 업비트와의 격차를 다시 좁히기 위해 예치금 이용료 인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빗썸이 예치금 이용료 인상 계획은 하루 만에 철회로 끝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빗썸이 이용료율을 4%로 인상하자 이에 대해 추가 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간 이용료율 경쟁으로 인해 국내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릴 경우 증시 밸류업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빗썸은 “예치금 이용료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연 2.2%로 적용될 예정이며, 변동 사항 발생 시 추가 공지를 통해 안내드리도록 하겠다”라며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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