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문제 해결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이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위메프에서 정산 지연이 시작된 건 지난 8일부터다.
위메프가 상품을 판 업체들에게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건데 같은 계열사인 티몬에서도 판매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특히 숙박이나 항공권 등이 미정산 여파로 취소되고 있는데 휴가철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뽐뿌, 에펨코리아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들 플랫폼에서 숙박권 등을 구입했다가 구매 취소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오는 25일 밀린 대금을 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 이커머스사의 정산지연 장기화로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와 TV홈쇼핑 업체들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파장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티몬은 지난 19일 홍콩관광청과 협업해 항공권 최대 50% 할인 프로모션을 발표했지만 24일 기준 티몬 앱에는 홍콩뿐만 아니라 모든 해외여행 관련해 '현재 판매중인 상품이 없습니다'라는 고지만 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은 다음 달부터 제3의 금융기관에 대금을 보관하는 새로운 정산시스템을 도입하고,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산 지연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들의 피해도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사이트는 이용자가 각각 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정산이 해결되지 않으면 300여 판매자(셀러)가 최대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은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은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인터파크 창립멤버이자 G마켓 창업자다. 구 대표는 지난 2022년 9월 티몬은 시작으로 2023년 위메프, 인터파크쇼핑까지 연달아 인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오픈마켓 시장 거래금액 현황에서 ‘티메파크’의 점유율은 8.4%를 기록했다. 점유율로는 네이버쇼핑(42.4%), 쿠팡(15.4%), 11번가(12.7%), G마켓·옥션(11.5%), 카카오(9.1%)에 이은 6위를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정산 지연이 큐텐그룹의 방만한 인수로 인한 유동성 악화가 원인으로 해석한다.
모기업인 큐텐은 지난 2월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약 2300억 원에 인수했다. 한 달 뒤 큐텐의 자회사인 인터파크쇼핑은 온라인 쇼핑몰 AK몰(AK MALL)을 5억1782만원에 인수했는데, 인수 대금 마련에 티몬과 위메프 등 계열사 현금을 동원하면서 유동성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 자본총계는 2022년 연결 기준 -6386억 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부채는 78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위메프 또한 지난해 기준 잠식된 자본 규모가 2398억 원이며 부채는 3318억 원이다.
이번 사태로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던 구영배 회장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큐텐의 글로벌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11개국에 19개의 물류 거점을 보유해 입고부터 환불까지 물류의 모든 과정을 대신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은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큐익스프레스 풀필먼트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큐텐 그룹 이커머스 계열사 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갖춘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계열사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경우 전체 구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의 거래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 측은 빠른 시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판매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700억 원 상당의 소비자 피해를 안긴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일 실시 중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로 금감원에 등록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큐텐코리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공정위는 큐텐이 전자상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했는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전자거래 감시과 관계자는 2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큐텐 사이버몰 중 모 사이트의 전자상거래 법 준수 여부 관련해 조사나간 것으로, 티몬·위메프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큐텐코리아 현장조사가 의례적인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 관련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티몬·위메프와 관련해서도 “조사계획이나 이런 것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100 이행 우수 국내 기업, 재생에너지 전환 힘쓴다 (0) | 2024.07.24 |
---|---|
더현대 서울로 몰려가는 MZ세대, 그들은 왜? (1) | 2024.07.24 |
빗썸, “예치금 이자 4% 인상” 하루 만에 철회...왜? (0) | 2024.07.24 |
코인거래소 예치금 이용료율 경쟁 심화... 은행권 득실은? (0) | 2024.07.23 |
출산 직원에게 현금 지원 등 혜택 대폭 늘린 기업은? (3) | 2024.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