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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배주주만 배려한 M&A, 소액주주 보호 대책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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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그룹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란으로 인해 상장사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본 소액주주를 구제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그룹 3개 계열사는 지난 5일 대표이사 명의로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담은 주주서한을 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11일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흡수시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3개 계열사 대표가 주주서한을 보낸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이 9.8조원, 영업이익이 1.4조원에 달하는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설립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지난해에도 매출 530억원, 영업손실 191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다 보니 주식 교환비가 1대 0.63으로 정해졌다. 우량기업인 두산밥캣 주식 100주를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로 교환하게 된 것. 두산밥캣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달 11일 기준 0.87배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12.6배로 두 기업의 실저과 달리 주가는 시장에서 반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두산밥캣은 불공정한 비율로 주식을 교환하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또한 알짜 계열사를 넘겨주게 되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면, 두산그룹의 경우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핵심 계열사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은 기존 14%에서 지배구조 개편 후에는 42%로 높아진다. 

 

일반주주를 배제하고 지배주주의 이익만 고려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비판이 높아지자, 3개 계열사 대표들은 주주서한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의한 이후로, 본 건의 추진배경 및 적정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라며 “이로 인해 주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또한 “이번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사전 설명을 드리지 못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합병비율과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스캇 박 대표는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는 주식시장의 시가”라며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도 상장법인 간의 포괄적주식교환(합병 포함)시, 시가 대 시가 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사의 교환가액인 8만114원과 5만612 원은 올해 각사 평균주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라며 “양사의 교환가액이 속해 있는 가격 밴드에서 올해 최다거래가 발생한 점을 봐도 교환가액이 시장에서 판단하는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두산이 기존에 산정한 합병비율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강행할 의지를 내보이면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상장법인의 M&A 절차상 주주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시장주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기는 하나, 시장주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가치를 반영해 적정한 합병가액을 산정해야 하는 책임이 각 회사의 이사회에 있다”라며 “이사회가 자본시장법에 의해 산정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고 했을 때,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기준시가의 10% 내, 비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30% 내에서 합병가액의 할인·할증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물론 합병가액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은 사례도 전무하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은 합병가액 적정성에 대한 이사회 의견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이를 증권신고서 및 주요사항보고서에 첨부해 공시하도록 했다. 앞으로 상장법인 합병시 합병의 목적과 합병가액의 적정성, 합병에 반대하는 이사의 이름과 사유 등을 모두 공시해야 하는 만큼 이사회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합병비율 산정방식의 경우 비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만 자율화돼, 계열사 간 합병 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보고서는 “ 우리나라 상장법인간 합병은 대부분 두산과 같은 계열사 간 합병이므로, 계열사 간 합병가액과 주식매수청구권 산정방식도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시장주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가치가 반영되도록 하고 합병가액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대해 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본 소액주주를 구제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미국·일본 등에서는 합병유지청구권을 통해 소액주주가 상장법인의 합병 시도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또한 소멸회사 경영진에게 합병비율 산정 시 주주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해 주주가 손해를 입으면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법 제401조에 의해 주주의 직접손해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이 되지만, 법원에서는 주주의 손해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는 한계가 있다”라며 “미국, 일본에서 인정되는 합병유지청구권을 도입해 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의 중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독일에서 인정되는 합병관계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해 주주들의 손해에 대해 이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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