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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현장] 21만 게이머 서명 '게임 심의 헌법소원', 쟁점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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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방송인 김성회 "게임 검열은 디지털 분서갱유, 합리적 심의해야"

게임이용자협회장 이철우 변호사(좌)와 게임 방송인 김성회씨(우) = 현기호 기자 촬영

게임이용자들이 게임물의 사전심의에 반발하며 시작된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 3호에 대한 헌법소원이 8일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다.

 

91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지닌 게임 방송인 김성회씨와 한국 게임이용자협회가 주도한 이번 헌법소원은 지난 5일 시작된 후 22시간 만에 10만 명 이상의 청구인 참여를 이끌어 냈으며, 지난 27일까지 23일간 총 21만 750명의 청구인이 참여했다.

이는 지난 200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제기했던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 조건 위헌확인 소송의 청구인 수 9만 5천 988명을 넘은 수치로, 역대 가장 많은 청구인이 참여한 헌법소원이 되었다.

= 현기호 기자 촬영

이번 헌법소원은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 3호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 해당 조항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을 유통할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청구인들은 해당 조항이 모호하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아,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되어 게임의 창작 자유와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성회씨는 넷플릭스를 통해 흥행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예시로 들었다. 살인 게임을 주제로 한 오징어게임은 세계적인 K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지만, 유사한 살인게임이라는 주제를 지녔으며 오징어게임보다 폭력 수위가 낮은 '뉴 단간론파 V3'와 같은 게임은 한국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도 아닌 등급거부를 받아 성인조차 플레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성회씨는 이와 같은 상황이 40년 전 학교 운동장 앞에서 만화책 더미를 불태우던 상황이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는 '디지털 분서갱유'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러한 게임에 대한 검열은 중국을 제외한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검열이며, 다른 문화 컨텐츠에서도 찾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수많은 장르와 다양한 연령대의 게임들이 '모방범죄 우려' 법조항 한줄에 의해 차단되었으며, 특히 이 중에는 사우디, 카타르 등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에서조차 허용되는 게임물들이 한국에서만 차단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성회씨는 게임 이용자들이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을 무분별하게 남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닌, 글로벌 게이머와 비슷한 수준의 합리적인 심의 절차를 밟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일본의 CERO, 미국의 ESRB, 유럽의 PEGI 등 민관 기관이 게임 심의를 맡으면서도,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나가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절충 없이 한쪽 의견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에 사건접수하는 청구인들 = 현기호 기자 촬영

게임이용자협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번 헌법소원에 모인 게임 이용자들의 열망이 감격스럽다고 밝히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헌법적 관점에서도 충분한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이 모호하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많아 불합리한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의의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아 심의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으며, 게임에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게임 이용자들의 문화 향유권과 자기선택권, 그리고 업계 종사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성패를 떠나, 이 사안이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변화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더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소원의 최다 인원 참여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청구가 게임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문화 향유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에 접수하는 이철우 변호사와 김성회씨 = 현기호 기자 촬영

한편 김성회씨는 오는 17일 열리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물 등급분류 제도의 문제점 등의 이슈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김성회씨는 지난 2022년에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게임 이용자 권익보호와 관련해 증언하기도 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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